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좋은 시

봄은 온다-홍수희 시인 (좋은 시 감상) 봄은 온다 봄은 온다 서러워 마라 겨울은 봄을 위하여 있는 것 잿빛으로 젖어있던 야윈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따순 햇살을 보아 봄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는 것 불러주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이야 사랑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 것 인내하며 가꾸어야 꽃이 되는 것이야 차디차게 얼어버린 가슴이라면 찾아보아 남몰래 움트며 설레는 봄을 키워보아 그 조그맣고 조그만 싹을 (홍수희·시인) 더보기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홍수희 시인 (좋은 시 감상)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홍수희·시인) 더보기
봄마중-최원정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마중 그리움 깊어 노란 빈혈을 앓는 산수유꽃을 지났더니 봉분처럼 치장한 진달래 꽃무덤 못 다한 사랑얘기 속살거리고 솜털옷 벗는 백목련, 웃을 때 살짝 보이는 그 사람 송곳니 같아서 볼 때마다 눈이 부셔 실눈을 하게 되고 아이참, (최원정·시인, 1958-) 더보기
꽃 피는 봄엔 -용혜원 목사 (좋은 시 감상) 꽃 피는 봄엔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신나도록 필 때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겨우내 얼었던 가슴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이고 겨우내 목말랐던 입술을 촉촉한 이슬비로 적셔 주리니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온몸에 생기가 나고 눈빛마저 촉촉해지니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피어 님에게 바치라 향기를 날리는데 아! 이 봄에 사랑하는 님이 없다면 어이하리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용혜원·목사 시인, 1952) 더보기
봄비-김용택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김용택·시인, 1948-) 더보기
봄비 -강계순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참혹하게 쓰러졌던 나뭇잎 위에 색색이 천을 놓아 하나씩 하나씩 궁핍의 겨울을 꿰매는 손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만유의 어깨 위에 내려 빈혈의 혈관을 채워 주고 서릿발 같던 하늘 비단 안개로 닦아 내어 천지에는 자근자근 땅 밟으며 일어서는 병후의 시력.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천년을 다시 살아나서 죽은 혼 불러내어 일으켜 세워 주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다시 보는 약손. (강계순·시인, 1937-) 더보기
봄비 -정소진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너를 능가할 연애 선수 아마 없지 싶다 경직된 여인의 몸을 안심시키듯 요란하게도 아니고 강하게도 아니고 낮은 목소리로 불러내는 맑은 환희 굳은 마음 푸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속속들이 놓치지 않는 달달한 애무로 얼어붙어 쌩한 고집마저 녹이는 솜씨 좀 보라지 네가 일으켜 세우는 저, 저 상큼한 연애세포들 너 다녀간 곳곳마다 새 생명 파릇하다 (정소진·시인) 더보기
연금술-사라 티즈데일 미국 시인 (좋은 시 감상) 연금술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꽃 들어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 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 (사라 티즈데일·미국 시인, 1884-1933) 더보기
봄비-이동순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겨우내 햇볕 한 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 밑 마늘 광 위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 온 저 잔설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이 스민다 (이동순·시인, 1950-) 더보기
봄비-오세영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꽃 피는 철에 실없이 내리는 봄비라고 탓하지 마라. 한 송이 뜨거운 불꽃을 터뜨린 용광로는 다음을 위하여 이제 차갑게 식혀야 할 시간, 불에 달궈진 연철도 물 속에 담금질해야 비로소 강해지지 않던가. 온종일 차가운 봄비에 함빡 젖는 뜨락의 장미 한 그루. (오세영·시인, 1942-) 더보기
봄비-고정국 시조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하늘나라 고관대작의 밀실서랍에서 슬쩍해온 수입산 발모촉진제를 사람 몰래 뿌리는 봄 경칩 녘 대머리 오름 화색 벌써 푸르다. (고정국·시조 시인, 1947-) 더보기
봄비-이섬 여류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낮게 낮게 고개를 낮추고 허리를 낮추고 생각을 낮추어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메마르고 푸석거리는 마음밭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은혜 (이섬·여류 시인, 대전 거주) 더보기
봄비-안도현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 댄다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안도현·시인, 1961-) 더보기
봄비-한상남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소리 없이 겨울의 휘장을 그어 내리는 무수한 면도날 허공에서 올올이 풀리는 비단실은 누구의 맑은 핏줄로 스며드는 것일까? 나도 오늘은 조용히 흘러 순결한 이의 뜨락에 온전히 수혈되고 싶다 (한상남·시인, 1953-) 더보기
꽃말 하나를 -이시하 시인 (좋은 시 감상) 꽃말 하나를 봄이 오면 작은 화단에 이름 모를 꽃들이나 심어야지. 그리고선 내 맘대로 순이, 덕이, 점례, 끝순이 같은 이름이나 지어 줘야지. 지친 저녁달이 마른 감나무에 걸터앉아 졸 즈음엔 이름이나 한 번씩 불러 봐야지. 촌스러워, 촌스러워, 고개를 흔들어도 흠, 흠, 모른 척 해야지. 그래놓고 나 혼자만 간절한 꽃말 하나 품어야지 당신 모르게, 당신은 정말 모르게 (이시하·시인, 1967-) 더보기
봄-정연복 시인 (좋은 시 감상) 봄 겨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의 작별 의식인 듯 봄빛 담은 햇살 사이로 한바탕 함박눈이 뿌렸다 기나긴 겨울 한철 죽은 듯 말없이 있더니 어느새 파릇한 봄기운 살그머니 풍기는 저 여린 가지들 너희들 살아 있었구나 살아 봄을 잉태하고 있었구나 오! 작은 생명의 신비한 힘이여 봄은 거짓말처럼 지금 눈앞에 와 있다 (정연복·시인, 1957-) 더보기
봄 풍경-신달자 시인 (좋은 시 감상) 봄 풍경 싹 틀라나 몸 근질근질한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 자르르 내려앉는다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새들이 무작위로 혀로 핥거나 꾹꾹 눌러 주데 가지들 시원한지 몸 부르르 떤다 다시 한 패거리 새 떼들 소복이 앉아 엥엥거리며 남은 가려운 곳 입질 끝내고는 후드득 날아오른다 만개한 꽃 본다 (신달자·시인, 1943-) 더보기
강철 새잎-박노해 시인 (좋은 시 감상) 강철 새잎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가는 것들 크게 썩은 위에서 분노처럼 불끈불끈 새싹 돋는구나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하게 오 눈부신 강철 새잎 (박노해·시인, 1958-) 더보기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강대실 시인 (좋은 시 감상)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 처마 밑 고드름 끝에선 송알송알 땀 영그는 소리 눈 덮인 텃밭에선 쫑긋쫑긋 마늘순 기지개 켜는 소리 깨어진 얼음 사이론 낮게 흐르는 피아노 소리 강바람에 실려오는 산까치 짝꿍 부르는 소리에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 (강대실·시인, 1950-) 더보기
봄맞이-추필숙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맞이 바람이 들판으로 봄 마중 갔다. 흙 묻은 비닐 조각 병 조각 널려 있다. 새싹이랑 겨울잠 깬 친구들 터억 막고 있다. 아차, 봄맞이 들판 대청소를 깜빡했다. (추필숙·시인) 더보기
봄 일기-이해인 수녀 시인 (좋은 시 감상) 봄 일기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도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마음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더보기
봄 -맹문재 시인 (좋은 시 감상) 봄 불타버린 낙산사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다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가? 날이 저물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연둣빛 촉을 틔운 봄이 낙산사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가 쉬는 것처럼 편안한 얼굴 나는 그 모습이 좋아 폐허의 낙산사에서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맹문재·시인, 1963-) 더보기
無言으로 오는 봄-박재삼 시인 (좋은 시 감상) 無言으로 오는 봄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이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보게나 (박재삼·시인, 1933-1997) 더보기
봄의 서곡-노천명 시인 (좋은 시 감상) 봄의 서곡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 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 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 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노천명·시인, 1912-1957) 더보기
봄날의 기도-정연복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날의 기도 겨우내 쌓였던 잔설(殘雪) 녹아 졸졸 시냇물 흐르듯 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 사르르 녹게 하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운 봄바람에 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 스르르 열리게 하소서 꽃눈 틔우는 실가지처럼 이 여린 가슴에도 연초록 사랑의 새순 하나 새록새록 돋게 하소서 창가에 맴도는 보드랍고 고운 햇살같이 내 마음도 그렇게 순하고 곱게 하소서 저 높푸른 하늘 향해 나의 아직은 키 작은 영혼 사뿐히 까치발 하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