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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5월의 노래-황금찬 시인 5월의 노래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황금찬·시인, 1918-) 더보기
五月 -김동리 五月 5월의 나무들 날 보고 멀리서부터 우쭐대며 다가온다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몇 그루 흰구름 한두 오락씩 목에 걸은 채 신나게 신나게 달려온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仙鄕도 부럽지 않으이. (김동리·소설가, 1913-1995) * 1998년 7월호에 공개된 미발표 유작시 더보기
5월의 초대-임영준 시인 5월의 초대 입석밖에 없지만 자리를 드릴게요 지나가던 분홍바람에 치마가 벌어지고 방싯거리는 햇살에 볼 붉힌답니다 성찬까지 차려졌으니 사양 말고 오셔서 실컷 즐기시지요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더보기
5월이 오거든-홍해리 시인 5월이 오거든 날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홍해리·시인. 1942-) 더보기
오월이 돌아오면 -신석정 시인 오월이 돌아오면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신석정·시인, 1907-1974, 1939년 작품) 더보기
오월이 오면 -엠마누엘 가이벨·독일 시인 오월이 오면 오월이 오면 나뭇가지마다 눈을 트니 누가 근심스레 집안에 머물겠는가! 흰 구름이 하늘 궁창에서 마음껏 떠도니 나도 드넓은 세계로 떠나고 싶구나. 아버지여, 어머니여! 신이 당신들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누가 알겠는가? 머나먼 땅에서도 나의 행운이 내게 미소를 보낼지. 그곳에는 내가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도 많고, 내가 한번도 마셔보지 못한 포도주도 많으리니. 땅거미가 지면, 시골마을의 작은 주점에 들르리라: "주인장, 흰 포도주 한 병을 가져다주오! 그대 흥겨운 악사여, 바이올린을 켜다오! 나 또한 가장 소중한 노래를 부르리니." 오, 방랑이여! 오, 방랑이여! 그대 자유로운 젊음의 혈기여! 신의 숨결이 가슴속으로 싱그럽게 파고드는구나. 심장의 고동이 하늘 궁창에 이르도록 큰 소리로 외치며.. 더보기
오월의 노래 -괴테·독일 시인 오월의 노래 오오 찬란하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넘친다. 한가로운 땅에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의 꽃이 공기의 향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설레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와 댄스로 나를 몰고 간다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괴테·독일 시인, 1749-1832) 더보기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라이너 마리아 릴케·체코 시인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 오로지 서로에게 사무친 채 향기로운 꽃 이파리들이 늘어선 불꽃 사이로 하얀 자스민 흐드러진 정자까지 거닐고 싶다. 그곳에서 오월의 꽃들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마음속 온갖 소망들도 잠잠해지고 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한가운데서 행복이 이루어지리라. 내가 원하는 그 커다란 행복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체코 시인, 1875-1926) 더보기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인리히 하이네·독일 시인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하인리히 하이네·독일 시인, 1797-1856) 더보기
오월의 마술 -M. 와츠·시인 오월의 마술 작은 씨 하나 나는 뿌렸죠… 흙을 조금 씨가 자라게… 조그만 구멍 토닥토닥… 잘 자라라고 기도하면 그만이예요. 햇빛을 조금 소나기 조금 세월이 조금 그러고 나면은 꽃이 피지요 (M. 와츠·시인) 더보기
오월의 그늘-김현승 시인 오월의 그늘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팝나무―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김현승·시인, 1913-1975) 더보기
오월의 노래-신진호 시인 오월의 노래 창을 타고 흐르는 오월에 내리는 비는 슬픈 가슴 물들이는 선연한 철쭉빛 비 속눈썹에 재잘대는 오월의 햇살은 슬픈 가슴 두드리는 환한 보랏빛 햇살 (신진호·시인) 더보기
오월-하청호 시인 오월 장미꽃 봉오리 그 봉오리에 해님은 쉼 없이 햇살을 부어넣고 있다 하루 이틀 햇살의 무게에 못 이겨 장미꽃 활짝 벌어졌다 장미꽃 속에서 차르르 차르르 쏟아져 내리는 빛구슬, 구슬 (하청호·시인, 1943-)) 더보기
오월의 신록-천상병 시인 오월의 신록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천상병·시인, 1930-1993) 더보기
5월의 다짐-정연복 시인 5월의 다짐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정연복·시인, 1957-) 더보기
민들레 시 모음 민들레 시 모음 민들레 - 김상미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 꽃, 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 밑에 저 혼자 피어있는 꽃, 다음 날 그 다음 날 찾아가보면, 어느 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한마디만, 나도 그렇게 일생에 꼭 한번 재 같은 사랑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 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 태우다 태우다 하얀 재 되어 오래된 첨탑이나 고요한 새 잔등에 내려앉고 싶어, 온몸 슬픔으로 가득 차 지상에 머물기 힘들 때, 그렇게 천의 밤과 천의 낮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 예쁜 노란 별, 어느 날 문득 내가 잃어버린 그리움의 꿀맛 같은, 너에게 꼭 한마디만... 더보기
발등-김남곤 (좋은 시 감상) 좋은 시 감상 발등 김남곤 발등이 부었다 구두끈을 헐겹게 다시 풀어내고 넘어가는 해를 보낸 뒤 돌아와서 찬물로 주물러 주었다 고달픔이 고인 통통한 하루. 발등 김남곤 발등이 부었다 구두끈을 헐겹게 다시 풀어내고 넘어가는 해를 보낸 뒤 돌아와서 찬물로 주물러 주었다 고달픔이 고인 통통한 하루. 더보기
술노래-예이츠 (좋은 시 감상) 좋은 시 감상 술노래 예이츠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잔 들어 입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짓네. 술노래 예이츠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잔 들어 입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짓네. 더보기
홍매-현상언 (좋은 시 감상) 좋은 시 감상 홍매 현상언 홍매 현상언 사랑하지 않았으면 꽃 어이 맺혔으며 눈서리 아니었다면 꽃 어이 피었으며 아리랑 수풀 사이로 저리 아름다우랴. 홍매 현상언 사랑하지 않았으면 꽃 어이 맺혔으며 눈서리 아니었다면 꽃 어이 피었으며 아리랑 수풀 사이로 저리 아름다우랴. 더보기
봄편지-도종환 (좋은 시 감상) 봄편지 도종환 봄꽃이 피어 화사한 날은 마음도 꽃잎처럼 흩날립니다. 남창남창하게 휘어지는 꽃가지에 마음의 겉옷을 벗어 걸어놓고 누구랑 연애라도 하고 싶습니다 바람의 손에 이끌려 이나무 저나무 꽃그늘로 옮겨다니는 이 마음이 이미 바람입니다 더보기
봄편지-박남준 (좋은 시 감상) 봄편지 박남준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썻을까 아장아장 걸어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편지 더보기
가정백반-신달자 (좋은 시 감상) 좋은 시 감상 가정백반 신달자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 가정백반은 내 집에 없고 상가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 집 밥 같은 가정백반은 집 아닌 남원집에 있는데 집에는 가정이 없나? 혼자 먹는 가정백반 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 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 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 가정백반 신달자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 가정백반은 내 집에 없고 상가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 집 밥 같은 가정백반은 집 아닌 남원집에 있는데 집에는 가정이 없나? 혼자 먹는 가정백반 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 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 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 더보기
4월이 떠나고 나면 -목필균 시인 (좋은 시 감상) 4월이 떠나고 나면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지다보면 다시 피어날 날이 가까이 오고 피다보면 질 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움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5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 모습 이른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목필균·시인) 더보기
4월-박인걸 시인 (좋은 시 감상) 4월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 뒷골에 진달래 얼굴 붉히면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나물 캐는 처녀들 분홍치마 휘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두견새는 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동심은 막연히 설레고 半白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마당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다. (박인걸·목사 시인) 더보기
할머니의 4월 -전숙영 시인 (좋은 시 감상) 할머니의 4월 시장 한 귀퉁이 변변한 돋보기 없이도 따스한 봄볕 할머니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땟물 든 전대 든든히 배를 감싸고 한 올 한 올 대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품이 넓어지는 스웨터 할머니의 웃음 옴실옴실 커져만 간다 함지박 속 산나물이 줄지 않아도 헝클어진 백발 귀밑이 간지러워도 여전히 볕이 있는 한 바람도 할머니에게는 고마운 선물이다 흙 위에 누운 산나물 돌아앉아 소망이 되니 꿈을 쪼개 새 빛을 짜는 실타래 함지박엔 토실토실 보름달이 내려앉고 별무리로 살아난 눈망울 동구밖 길 밝혀준다 (전숙영·시인, 전북 전주 출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