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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참혹하게 쓰러졌던 나뭇잎 위에
색색이 천을 놓아
하나씩 하나씩
궁핍의 겨울을 꿰매는 손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만유의 어깨 위에 내려
빈혈의 혈관을 채워 주고
서릿발 같던 하늘
비단 안개로 닦아 내어
천지에는
자근자근 땅 밟으며 일어서는
병후의 시력.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천년을 다시 살아나서
죽은 혼 불러내어
일으켜 세워 주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다시 보는
약손.
(강계순·시인,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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