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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6월-오세영 시인 6월의 시 6월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오세영·시인, 1942-) 더보기
6월-김용택 시인 6월의 시 6월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김용택·시인, 1948-) 더보기
6월엔 내가-이해인 수녀 시인 6월의 시 6월엔 내가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더보기
6월의 달력-목필균 시인 6월의 시 6월의 달력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목필균·시인) 더보기
유월의 노래-신석정 시인 (6월의 시) 6월의 시 유월의 노래 신석정 감았다 다시 떠보는 맑은 눈망울로 저 짙푸른 유월 하늘을 바라보자 유월 하늘 아래 줄기 줄기 뻗어나간 청산 푸른 자락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청산 푸른 줄기 골 누벼 흘러가는 겨웁도록 잔조로운 물소릴 들어보자 물소리에 묻어오는 하늬바람이랑 하늬 바람에 실려오는 저 호반새 소리랑 들어보자 유월은 좋더라, 푸르러 좋더라 가슴을 열어주어 좋더라 물소리 새소리에 묻혀 살으리 이대로 유월을 한 백년 더 살으리 더보기
서로 생각나는 사람-최용태 시인 6월의 시 서로 생각나는 사람 최용태 우리 가끔은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적당히 걱정도 해주며 간혹 궁금해하기도 하며 무슨 고민으로 힘들게 사는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주 가끔은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보고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괜스레 서로 물어보고 싶어지도록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좋은 날은 작은 결실의 여유라는 이유로 비가 오면 비 내린다는 이유로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 내 몸이 아파 마음이 울적한 날에는 사무치는 서글픔에 그리워지는 사람으로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가슴에 담고 그리어지고 생각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우정이란 산길과 같아서 매일 오고가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해지니깐요 더보기
중년의 가슴에 6월이 오면 -이채시인 6월의 시 좋은 시 감상 중년의 가슴에 6월이 오면 이 채 사는 일이 힘들어도 아니 살수 없는 사람이여 저 바람인들 불고 싶어서 불겠는가마는 성숙이 아니라면 하늘 비는 어느 땅을 적셔야 하리 세상이 야속하고 사람이 섭섭해도 햇님은 마냥 눈부시고 꽃들은 그저 웃기만 하는데 아침의 신부는 다만 공허한 저녁이네 나무를 보고 숲을 알지 못하고 숲을 보고 산을 말하지 못하니 한평생 부르는 사람의 노래가 한 낱 새소리만 못함이던가 물을 보고 강을 헤아리지 못하고 강을 보고 세월을 가늠치 못하니 인간사 제아무리 위대하여도 자연만 못함이더라 더보기
6월 -황금찬 시인 6월의 시 좋은 시 감상 6월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황금찬·시인, 1918-) 더보기
우리가 사랑할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우리가 사랑할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해운대 풍경-2015.5.30 해운대 모래 사장 동해남부선 폐선 길-2015.5.30 동해남부선 폐선 길-2015.5.30 동해남부선 폐선 길-2015.5.30 동해남부선 폐선 길-2015.5.30 이 멋들어진 분들은 누구신고? [ 사진제공] 인생의 멋을 아는 진지한 사람 김태용님 더보기
내게 행복이 온다면-김현승 시인 내게 행복이 온다면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여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더보기
사랑의 깊이-윤보영 시인 사랑의 깊이 윤보영 사랑의 깊이가 궁금해 마음에 돌을 던진 적이 있지요 지금도 그대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는 걸 보니 그 돌, 아직도 내려가고 있나 봅니다. 더보기
네잎크로버-양성길 시인 5월의 시 네잎크로버 양성길 서산의 붉은 落照 서서히 번질 때 방긋 웃는 발밑의 네잎크로버 조심스레 꺽인 줄기 아파도 아우성 칠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 눈물로 닦아내는 차가운 현실 손의 온기와 함께 전달되는 행운의 네잎크로버 그녀의 심장에 자리잡고 쾅쾅거린다 그녀의 손에서 온기를 띈다 눈으로 전달되는 사랑의 밀어 네잎크로버에 오러랩된다 그도 그녀도 네잎크로버도 침묵을 한다 전달되는 행운을 느낄 뿐이다 그는 그녀에게 네잎크로버 그녀는 그에게 네잎크로버 네잎크로버 양성길 서산의 붉은 落照 서서히 번질 때 방긋 웃는 발밑의 네잎크로버 조심스레 꺽인 줄기 아파도 아우성 칠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 눈물로 닦아내는 차가운 현실 손의 온기와 함께 전달되는 행운의 네잎크로버 그녀의 심장에 자리잡고 쾅쾅거린다 그녀의 손.. 더보기
고운 말 - 이해인 시인 고운 말 이해인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요 언어가 그리 많아도 잘 골라써야만 보석이 됩니다 우리 오늘도 고운말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해요 녹차가 우려내는 은은한 향기로 다른 이를 감싸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말 하나의 노래 같고 웃음 같이 밝은 말 서로 먼저 찾아서 건네보아요 잔디밭에서 찾은 네잎 크로버 한 장 건네주듯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 그만...' 하는 변명을 자주 안 해도 되도록 조금만 더 깨어있으면 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운말 하는 지혜가 따라옵니다 삶에 지친 시간들 상처 받은 마음들 고운 말로 치유하는 우리가 되면 세상 또한 조금씩 고운 빛으로 물들겠지요? 고운말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지요? 분당 미매동-2015.5.9 분당 미매동-2015.5.9 분당 탄천에서-2015.. 더보기
행복이 따로 있나요?-최유진 시인 행복이 따로 있나요? 최유진 행복이 따로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내가 쓴 한 줄의 시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인 것을요 행복이 따로 있나요 별일 아닌 일에 함께 웃고 즐기고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도 놓치지 않고 자신 스스로 크게 만들어 가는게 바로 행복이지요 친구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힘들때마다 쉬어갈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고 아무말없이 가만히 손얹어 다독이던 친구 첫 만남의 어색함이 이제는 서로의 안부가 궁금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되었지요 그래서일까요 친구라는 자리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 더보기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이채 시인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이 채 나이가 들 수록 홀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슴을 지닌 사람이 그리워지네 사람은 많아도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내가 알던 사람들은 지천에 꽃잎으로 흩날리는데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쉬이 작별을 하며 살아가는가 너와 내가 어느날에 비에젖어 채 마르지도 않은 몸이라 할찌라도 다시피는 꽃이되어 향기를 나누고 싶은 간절함이여 ! 다시서는 나무가 되어 지나는 바람편에 안부라도 전해볼까 피고지는 일만이 인생은 아니거늘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 꽃들은 서글픈 이야기를 하는가 꽃만두고 가는 세월이여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인생의 오솔길에 꽃잎만 쌓여가네 더보기
5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시인 5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당신이 빨간 장미라면 나는 하얀 안개꽃이 되고 싶어요 나 혼자만으로는 아름다울 수 없고 나 혼자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고 당신 없이는 온전한 풍경이 될 수 없는 꽃 당신의 향긋한 꽃내음에 취해 하얗게 나를 비워도 좋을 꽃 그 잔잔한 꽃잎마다 방울방울 맺힌 그리움으로 당신만의 고요한 배경이 되고 싶어요 가끔 당신의 빛깔이 지칠 때나 가시 돋친 당신의 가슴이 아플 때면 당신을 위해 하얀 노래를 부르겠어요 눈 내리는 어느 날, 한 마리 겨울새가 불렀던 그 순백의 노래를 제발 내 곁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알알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애원하듯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꽃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이대로 하얗게 잠들었으면 당신 곁에 있으면 작아서 더 예쁜 꽃 여린 꽃 숨결이 멈출 때까지 소망의 은방.. 더보기
5월의 그대여 -임영준 시인 5월의 그대여 그대여 눈부신 햇살이 저 들판에 우르르 쏟아지고 계곡마다 초록선율 넘쳐흐르는데 아직도 그리움에 목말라 웅크리고만 있는가 때는 바야흐로 소박한 아카시아도 불붙는 날들인데 가시를 두른 장미도 별이 되는 날들인데 어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건가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더보기
논물 드는 5월에 -안도현 시인 논물 드는 5월에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 더보기
5월의 느티나무 -복효근 시인 5월의 느티나무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한다냐 바람은 살랑 일어서 햇살에 부신 푸른 발음기호들을 그리움으로 읽지 않는다면 내 아득히 스물로 돌아가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은근히 쥐어보고 싶은 이 푸르른 두근거림을 무엇이라고 한다냐 정녕 이승의 빛깔은 아니게 피어나는 5월의 느티나무 초록에 젖어 어느 먼 시절의 가갸거겨를 다시 배우느니 어느새 중년의 아내도 새로 새로워져서 오늘은 첫날이겠네 첫날밤이겠네 (복효근·시인, 1962-) 더보기
오월-피천득 수필가 오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더보기
오월의 숲에 들면 -김금용 시인 오월의 숲에 들면 어지러워라 자유로워라 신기가 넘쳐 눈과 귀가 시끄러운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딱따구리 아기 새들 까르르 뒤로 넘어지는 여린 버드나무 잎새들 얕은 바람결에도 어지러운 듯 어깨로 목덜미로 쓰러지는 산딸나무 꽃잎들 수다스러워라 짓궂어라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막 터득한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봐 시침떼고 도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더미들 도롱뇽 알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 몽롱하여라 여울져라 구름밭을 뒹굴다 둥근 얼굴이 되는 오월.. 더보기
5월이 오면 -김용호 시인 5월이 오면 무언가 속을 흐르는 게 있다. 가느다란 여울이 되어 흐르는 것. 이윽고 그것은 흐름을 멈추고 모인다. 이내 호수가 된다. 아담하고 정답고 부드러운 호수가 된다. 푸르름의 그늘이 진다. 잔 무늬가 물살에 아롱거린다. 드디어 너, 아리따운 모습이 그 속에 비친다. 오월이 오면 호수가 되는 가슴. 그 속에 언제나 너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방긋 피어난다. (김용호·시인, 1912-1973) 더보기
5월의 시-이문희 시인 5월의 시 토끼풀꽃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속에 들어가 빛 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꽃 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다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종일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이문희·시인) 더보기
오월 찬가-오순화 시인 오월 찬가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오순화·시인) 더보기
감나무 있는 동네 -이오덕 아동문학가 감나무 있는 동네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