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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아침

모두들 가고 있구나
5
월 나뭇잎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초록의 터널을 지나
저마다 한 뭉치의 희망
넘치는 꾸러미 한아름 안고
사과씨 뿌려진 아스팔트 위를
나도 가고 있구나
삶은 이런 것이려니
늘 스치고 지나는 일도
문득 뜨겁게 다가서는 것
어둠의 황량한 거리 초록불 켜지면
저 당당한 어깨 한 치의 오차 없는
발맞춤을 보라
사과씨는 움이 트고 다시 태양은 뜨리니
저려오는 다리 아린 팔뚝도 잊고
5
월의 새 아침, 가로수 아래
빛나는 이마
참 아름답구나
(
윤준경·시인, 경기도 양주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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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
이해인·수녀 시인,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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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MK7uifUOgxo

 

겨울 이야기

 

하광훈 작사 작곡 조관우 노래

 

 

내겐 잊혀지지 않는 겨울얘기가 있어
그얘긴 속엔 두 여인이 나오고~ 오오

추억에 노래가 흐르는 카페도 있고
아직도 나 널 사랑하고~

모두 들떠있던 축제에 그날

그녀가 날 이끈 그곳엔~~

아주 작고 어린소녀가 날 보며

메리크리스마스 웃고 있었네

(
후렴)
기억 하나요 우리 사랑을

그땐 서로의 아픔을 함께 했었죠
이젠 무엇도 남아있진 않지만
하얀 눈내리던 그 날에
입맞춤을 기억해요

너를 가지려던 나의 꿈들은
눈속 어딘가에 묻혔고

우리셋이 함께한 그날에 파티는
세상 어느것보다 따스했었지 우우

돌아오는 길에 너의 뜨거운 입맞춤에

나는 하늘을 날았고~워워오오오
안녕하며 돌아선 내 머리 위앤

어느새 하얀 눈이 내려 있었지 워워오

기억하나요 우리 사랑을
그땐 서로의 아픔을 함께 했었죠

이젠 무엇도 남아 있진 않지만
하얀 눈내리던 그날을 입맞춤은 기억해요

나는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하고우우우
지금도 이길을 나홀로 걷고 있는데~

너는 지금 그 어딘가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 사랑하고 있을까 우~~

기억하나요 우리 사랑을


그땐 서로의 아픔을 함께 했었죠
이젠 무엇도 남아 있진 않지만
하얀눈내리던 그 날에
입맞춤은 기억해요

워워워 난 기억해요
워워워 난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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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겨울바다

 

김남조

 

 연말이 다가올 무렵이면 문득 겨울 바다로 떠나가고 싶습니다. 육지의 끝이면서 바다가 시작되는 경계선, 겨울 바닷가를 거닐면서 묵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번 세밑의 번잡한 일상사를 떨쳐 버리고 겨울 바다로 시의 여행을 떠나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忍苦의 물이
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김남조「겨울 바다」


 이 시 겨울 바다는 그 핵심이 물과 불의 긴장력 또는 부정과 긍정의 변증법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삶이란, 사랑이란 바로 그처럼 불과 같이 뜨거운 열정과 물과 같이 차가운 냉정이 무시로 교차되고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요? 생성과 소멸, 이성과 감성, 정염과 허무, 육신과 정신, 신성과 세속, 희망과 낙망의 대립 또는 화해 속에서 전개되어 가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대립과 화해란 ‘새들은 죽고 없었네/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와 같은 부정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 ‘허무의//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와 같은 격심한 갈등을 겪고, 마침내 ‘나를 가르치는 건/언제나/시간……/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처럼 깨달음 또는 긍정의 모티브를 마련해 가게 되는 모습이라고 할 겁니다


 이렇게 보면 이 시
겨울 바다의 의미는 자명해질 겁니다. 그것은 좌절과 절망 끝에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대립적인 것의 경계선 바닷가에서, 스스로 참회와 정죄를 겪으면서 새롭게 자기 극복과 부활을 성취해 가는 안타까운 통과 제의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겨울 바다는 뉘우침과 속죄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부활과 재생의 장소라고 하겠지요. 실상 우리는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잃을 수 있기에 얻을 수 있는 것이며, 헤어질 수 있기에 새롭게 만날 수 있고, 또한 죽어 가는 사람이 있기에 새로운 아가의 탄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겠지요.


바로 이 점에서 이 시는 겨울이라는 묵은해와 새해의 교차점에서 또 바닷가라는 공간적 경계선에서 삶의 거듭 태어남 또는 사랑의 거듭남을
겨울 바다라고 하는 부활의 동굴, 또는 의 통과 과정을 통해서 성취해 가게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어디 가까운 바닷가라도 가서 묵은 한 해를 털어 버리고 새해맞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옮긴 글)

 

 

Posted by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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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야 씨발 내가꺼져한다 2018.02.11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 내가꺼져한다

  2. 야 씨발 내가꺼져한다 2018.02.11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 내가꺼져한다

  3. 야 씨발 내가꺼져한다 2018.02.11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 내가꺼져한다

  4. 야 씨발 내가꺼져한다 2018.02.11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 내가꺼져한다

  5. 야 씨발 내가꺼져한다 2018.02.11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 내가꺼져한다

  6. 야 씨발 내가꺼져한다 2018.02.11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 내가꺼져한다

  7. 야 씨발 내가꺼져한다 2018.02.11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 ♬♬♬ 내가꺼져한다

 

 

 

 

 

수덕사의 여승

 

 

 

수덕사의 여승

 

김문응 작사

한동훈 작곡

송춘희 노래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온 님

잊을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적에

아아~ 수덕사에 쇠북이 운다




산길 백리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염불하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맺은 사랑
잊을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적에
아아 ~ 수덕사에 쇠북이 운다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온 님

잊을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적에

아아~ 수덕사에 쇠북이 운다


산길 백리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염불하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맺은 사랑

잊을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적에
아아 ~ 수덕사에 쇠북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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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 ,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
三冬)을 참아 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
윤동주·시인, 1917-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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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환희 / 이해인

 

깊은 동굴 속에 엎디어 있던

내 무의식의 기도가

해와 바람에 씻겨

얼굴을 드는 4

 

산기슭마다 쏟아 놓은

진달래꽃

웃음소리

설레이는 가슴은

바다로 뛴다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랑을 향해

바위 끝에 부서지는

그리움의 파도

 

못자국 선연한

당신의 손을 볼 제

남루했던 내 믿음은

새 옷을 갈아입고

 

이웃을 불러 모아

일제히 춤을 추는

풀잎들의 무도회

 

나는

어디서나 당신을 본다

우주를 환희로 이은

아름다운 상흔을

눈 비비며 들여다본다

 

하찮은 일로 몸살하며

늪으로 침몰했던

초조한 기다림이

 

이제는 행복한

별이 되어

승천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하신 당신 앞에

숙명처럼 돌아와

진달래 꽃빛 짙은

사랑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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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랩소디블루 2015.04.02 0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좋은꿈 꿈세요 다녀갑니다.

  2. *저녁노을* 2015.04.02 0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한 사월 맞이하세요.
    잘 보고가요

  3. 이철호 2015.04.03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해인님 시 감사드립니다....

 

 

 

 

 

봄비 그의 이름 같은

 

김승동


저렇게
가슴이 부풀은 가지사이로

촘촘히 내리던 봄비가 있었다


젖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불깃을 끌어안고

속으로만 그의 이름을 쓰던
...
우산을 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분주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

단발머리 같은 봄비가


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가슴앓이가

강을 이루고

증류된 생각들이 향기도 없이 빗물에 젖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며칠 지나면 의례 새싹이 움트고

주책없이 여기저기 철쭉이 몸을 풀던
그 봄


오늘

창 밖 가로수 키가 자라

전깃줄에 매인 물방울에 입맞추며

간간이 나누는 얘기가 봄비일 성싶다


아직도 분주함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비 지나도

내겐 언제나 새순이 움트지 않던

말라 버린 가슴에

이제와 뿌려질 그의 이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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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랩소디블루 2015.02.21 2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빗속에 연인이라 낭만적인데욤 잘보고 갑니다.

  2. 이철호 2015.02.23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비..촉촉한 그 느낌 참 좋으네요 .즐거운 하루

 

 

 

 

 

봄비  

투신하여 내 몸을 꽂고 나면
어느 만큼 지나
그 자리, 구멍마다
제 이름 달고 투항하는 풀잎
그렇게 온갖 것들이 일어서고 난 후
드디어 그 눈짓 속에 파묻히는
나무

3
월 지나며
어디선가 잦은 꿈들이 뒤척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꿈속에서
많은 이름들이 가방을 열고 나온다
(
김영준·시인,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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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엔 

 

 

정예진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신나도록 필 때면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겨우내 얼었던 가슴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이고

겨우내 말랐던 입술을 촉촉한 이슬비로 적셔주리니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피어

임에게 바치라 향기는 날리는데

 

, 이 봄에

사랑하는 임이 없다면 어이하리

꽃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가지 못한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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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당신도 오세요

 

이채

 

 

봄이 오면 당신도 오세요

 

이채


찬서리 젖은 바람

몸을 말리거든

당신도 바람 따라 오세요

여리고 수줍은 꽃잎

햇살 고운 발길 머물거든

당신도 햇살 따라 오세요

봄볕에 사무친 그리움

바람은 알까

꽃은 알까

꽃잎에 맺힌 이슬

마저 익으면

그리움의 눈물 뚝 떨어져요

설익은 꿈속의 봄

돌아서면 사라지는

낯선 바람이어도


스치 듯 잠들고 싶은

햇살같은 그리움에


봄이 오면 당신도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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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향기 2015.02.26 0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시 잘 보고 가요 ~

  2. 뉴론♥ 2015.02.26 0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이오면 봄처녀 만나러 가야죠

  3. 이철호 2015.02.26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인희 봄 노래 ㅡ듣고 싶으네요 즐거운하루 되셔요

 

 

 

좋은 시 감상

 

 3월

3월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서 3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어요?  

아, 3월님, 바로 저랑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것이 얼마나 많은지요.
(에밀리 디킨슨·미국 여류시인, 1830-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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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에서 4월 사이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 제비꽃 피고
(안도현·시인,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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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광주랑 2015.03.01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광주공식블로그 광주랑입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광주랑 블로그에도 한번 들러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좋은 시 감상

 

3월은 말이 없고

얼음이 풀린 논둑길에
소리쟁이가 두 치나 솟아올랐다.
이런 봄
어머님은 소녀였던 내 누님을 데리고
냉이랑 꽃다지
그리고 소리쟁이를 캐며
봄 이야기를 하셨다.

논갈이의 물이 오른 이웃집
건아 애비는
산골 물소리보다도 더 맑은 음성으로
메나리를 부르고
산수유가 꽃잎 여는 양지 자락엔
산꿩이
3월을 줍고 있었다.

흰 연기를 뿜어 울리며 방금
서울행 기차가 지나가고
대문 앞에서 서성이며
도시에서 올 편지를 기다리는
정순이의 마음은
3월 아지랑이처럼 타고 있었다.

이 3월이
두고온 고향에도
찾아왔을까
천 년 잠이 드신 어머님의 뜰에도
이제 곧 고향 3월을
뜸북새가 울겠구나.

고향을 잃어버리면
봄도 잊고 마느니
우리들 마음의 봄을 더 잃기 전
고향 3월로 돌아가리라.
고향의 봄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황금찬·시인,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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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
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
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
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
(
오세영·시인,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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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 들풀처럼 
    
초록의 계엄령
봄의 군단이 질주하고 있다
이제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리라

어깨동무하고 일제히
함성 내지르는 풀잎 시위대

무참히 꺾이는 한 시대의 반역자
강철 군단에도 봄은 온다

만 겹 철문 열어제치고
초록 들불 번진다
(김지헌·시인,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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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을 기다리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따뜻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가슴 아름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3월

3월의 첫 날에는
창문의 겨울 커튼도 밀어내고
구석구석 쌓여있던 먼지들도 털고
창살마다 하얀 페인트를 다시 칠하리라

베란다의 그 동안 버려두었던
파랑 빨강 하얀 화분들도 깨끗이 닦고
베고니아 피튜니아 꽃도 심을 준비를 하리라
3월이면 거리에도 꽃들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나명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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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에는

어디고 떠나야겠다

제주에 유채꽃 향기
늘어진 마음 흔들어 놓으면
얕은 산자락 노란 산수유
봄을 재촉이고
들녘은 이랑마다
초록 눈,
갯가에 버들개지 살이 오르는
삼월에는
어디고 나서야겠다

봄볕 성화에 견딜 수 없다.
(최영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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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

다소곳한 햇살이 눈부시다
긴 잠에서 깨어났더니
담장이 조금 낮아졌구나
귀기울이면 모두 가까이 있는 것을,
대문을 활짝 열고
주단이라도 깔아야 할 것 같은
간지러운 나날이다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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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박목월·시인, 1916-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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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삼월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
(임영조·시인, 1943-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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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

나의 키만큼
삼월을 보태면
삼월은 나의 키만큼
발돋움한다

삼월 속의 태양은
연두색 종이를 오리며
한뼘만한 나의 뒤뜰에
바둑돌을 퉁긴다

나는 문을 열고
나의 키만한 겨울을 집어내면
나의 이마 높이로
태양이 내려온다.
(문인귀·시인,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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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

거친 눈발이 몰아치거나
느닷없는 천둥이 치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는 것은
참을성 없는 계절의
상투적인 난폭 운전이다

3월은
은근히 다림질한 햇살이
연둣빛 새순 보듬어주고
벚나무 젖빛 눈망울
가지를 뚫고 나와
연한 살내 풍기는
부드러움이다

꽃샘추위 시샘을 부려도
서둘러 앞지르지 않고
먼 길 돌아온
도랑물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일 줄 아는
너그러움이다

3월은
가을에 떠난 사람
다시 돌아와
추웠던 이야기 녹이며
씨앗 한 줌 나누는
포근함이다
(박금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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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    
  
아지랑이 밟으며
들로 산으로 뛰놀던 개구쟁이 녀석
때 구정물 뒤집어쓰고 코 풍선 불며
탱자나무 둔덕 잔디에 누워 깜빡 잠들고
가시에 찔려 꼼짝 못하고
탱자나무에 걸려 있는 봄볕
가시 하나 뽑아
부풀려진 풍선에 심술
지나던 하늬바람
숨어 있던 풍선 속 겨울을
북쪽으로, 북쪽으로
(김태인·시인,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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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이 오면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봄눈 질척이는 등산로 따라
이제 막 눈뜬 시냇물 소리에
가슴 헹구고
남쪽 바다 거스른 바람으론
얼굴 단장하겠습니다
옅은 새소리에 가슴 헤치면
겨울 나뭇가지 물오르는 소리.

산골 어디쯤 숨어 있는 암자 찾아
넙죽 절하고
두 손 모아 마음 접으면
선인(仙人) 사는 곳 따로 있을까
석양 등진 길손의 헤진 마음
어느 바람인들 못 헹굴까

칼바람에 웅크린 꽃잎
숨기던 화냥기 못 참아
입술 내밀어 보내는 교태에
가쁜 숨 몰아 쉬는
하늘 걸린 산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이길원·시인,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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