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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의 모든 것/개인연금

이제 연금 없으면 미래도 없다

 

 

반평생을 직장이 삶의 전부인양 일에 묻혀 살다가 50대 중반에 퇴직하여 '젖은 낙엽족'

대기업 간부의 이야기를 들으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젖은 낙엽은 불로 태우려고 해도 타지도 않고 빗자루로 쓸려고 해도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아서 노후대비가 충분치 않은 남자가 아내에게 붙어서 모든 것을 의존하고 사는 것이 이와 같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이사를 갈 때 혹시 버려두고 갈까봐 애완견을 안고 차에 제일 먼저 올라타서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단순히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다.

 

퇴직 후 몇 달간은 골프도 자주 치고 자유를 즐기는 것 같았는데 1년이 지난 후에는 매일 아내에게서 용돈 만원을 받아 나온다는 어느 퇴직자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접대를 받거나 회사 비용으로 골프를 치다가 자기 돈으로 골프를 친다는 것이 노후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퇴직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수입이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전혀 수입이 없을 때 통장에서 돈이 솔솔 빠져 나가면 장성한 자식들의 결혼을 앞 둔 아내라면 남편의 건강과 품위유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산이 많은 사람도 현금흐름이 여의치 않으면 생활의 여유를 즐기지 못한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매년 자산가치는 늘어난다고 하여도 매월 일정한 수입이 없어 통장의 잔고가 줄어든다면 돈에 대하여 불안해 진다. 금액이 크든 적든 상관없이 흑자인생을 살아야 한다. 매월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야 돈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다.

 

2001 5월 문을 연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노블카운티'. 20층짜리 2개 동 건물 내부엔 200m 달리기 트랙에다 9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 등 각종 스포츠·레저 시설들이 구비돼 있다. 입주 보증금만 3~9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급 양로·요양시설이다.

 

장수 리스크가 커지면서 노블카운티에는 '주류(主流) 교체'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아내와 사별한 뒤 2005년 입주한 60대 후반의 C씨는 전직 중학교 교장이다. 보증금 4억원은 아파트를 전세 준 돈으로, 160만원의 생활비는 교원연금( 200여만원)으로 충당한다. C씨는 "연금이 없었으면 나는 여기 못 들어왔을 것"이라고 한다.

 

C씨처럼, 요즘 노블카운티의 주류는 전직 교사·군인·공무원 등 '연금생활자'들이다. 이들의 비중은 개원 초기 10%도 안 됐지만 지금은 30%를 넘겼다.

 

원래 이곳의 주류는 강남과 분당 출신에, 직업별로는 전문 경영인이나 변호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출신이었다. 하지만 노후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달 안정적인 연금이 나오는 직업군에 전문직이 밀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보다 빨리 닥치는 '100세 쇼크'는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준비 안 된 사람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 당나라 `시성` 두보는 `인생칠십 고래희(人生七十 古來稀)`라 했다. 70세까지 산다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뜻인데, 지금은 90세 이상 사는 것도 흔한 일이라 노후 경제생활 대책이 없으면 `장수`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60세 안팎에 은퇴해 80세 안팎에 사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세까지 살게 된다. 은퇴 후에 인생을 한 번 더 살게 되는 것이다.

 

"70살쯤 살 줄 알고 있는 돈을 다 써버렸는데, 100살까지 살게 되면 어떡하지?"

미국 금융회사 찰스슈왑의 티모시 메카시 전() 사장이 쓴 '일본인이여, 돈에 눈을 떠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100세 인생'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면서 '70~80세 인생'의 시간표에 맞춰 노후를 준비해온 사람들은 비상(非常)이다. 은퇴 후 삶의 기간이 훨씬 길어지자 준비했던 노후 자금마저 바닥을 드러내는 '장수(長壽)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재앙이 된 것이다.

 

보편적 복지제도인 국민연금은 기초생활을 할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금액일 뿐이다. 기업에서 보장하는 퇴직연금까지 보태지면 조금 좋아지겠지만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해도 여가생활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갑자기 병이라도 나서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몇 개월의 생활비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걱정되는 것은 예상보다 빠른 100세 시대의 도래로 인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제도에 재정 위기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금과 건보의 개혁을 서둘러 진행하지 않으면 '복지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해결책은 쉽지 않다. 건보와 연금 개혁은 개인과 정부의 부담 비율이나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 간의 부담 비율 등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데, 이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필수이고 여기에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함께 들어 노후 소득원을 삼중 장치로 해놓아야 안심이다. 노후에 매달 만만찮게 들어가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연금만 한 게 없다. 노후준비에 평생월급, 연금보험을 대신할 금융상품은 아직 없다!

 

-출처: 호프만 지음, 행복은 돈이 되는 것일까? 26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