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일수록 몸값 뛰는 연금
을미년 새해가 시작됐다. 개인 자산상태를 점검하면서 올 한 해의 재무설계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올해는 아무래도 자산의 연금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연금 자체는 그렇게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받을 돈을 찔끔 찔끔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일시금을 한번에 챙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인간은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만 하더라도 2000년대 이전엔 연금선택 비율이 50% 채 안됐다.
연금은 미래의 현금이다. 미래의 현금을 현 시점의 가치, 즉 현재가치로 바꾸는 것을 ‘할인한다’고 하고, 이때 적용되는 것이 이자율이다. 이자율이 낮을수록 미래 현금의 현재가치는 올라간다. 저금리 시대엔 연금의 현재가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건 그래서다. 2000년대 들어 공무원 연금의 연금선택 비율이 90%이상으로 갑자기 높아진 것은 금리의 하락추세와 관련이 깊다.
저금리말고도 연금 선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변수는 많다. 무엇보다 소득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 조기퇴직 등 고용환경 변화와 평균 수명 증가는 소득의 크기보다는 평생 현금흐름을 더 중요시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연금은 갈수록 귀하신 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초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저성장으로 고용불안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자꾸 늘어나는 장수시대엔 연금처럼 평생 돈의 흐름이 마르지 않는 자산을 으뜸으로 친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연금재원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Q 경북 영천에 사는 회사원 김모(47)씨.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중학생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부부 합산 월 소득은 450만원으로 지출하고 남는 돈은 은행에 예금하고 있다. 보유 자산은 5억8000만원 가량인데, 대부분 금융자산이다. 주식을 샀다가 원금이 반토막이상 난 경험 때문에 금융자산은 주로 은행예금에 굴린다. 부채는 없다. 하지만 노후준비라든가 자녀 교육과 결혼 등에 대한 대비책이 서 있지 않다며 상담을 구했다.
A 김씨네는 하루 빨리 주식투자 손실의 트라우마를 벗고 은행 예금 위주의 자산운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금융자산을 은행예금에만 굴렸다간 노후자금은 물론 자녀의 교육과 결혼을 지원하기 위한 목돈 마련이 사실상 물건너 갈 것이기 때문이다. 노후준비는 자산을 연금화하는 데 방점을 찍도록 하자. 퇴직까지 13년 정도가 남아 있어 지금부터 연금화 작업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자녀 교육과 결혼지원 자금도 펀드라든가 저축성 보험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보통 은퇴 생활은 은퇴 직전 생활비의 70% 정도를 쓴다고 한다. 김씨네는 현재 교육비를 제외하고 월 220만원을 생활비로 쓰고 있으므로 은퇴 후엔 월 150만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64세부터 80만원 정도 나오고 퇴직금은 중간정산했다. 따라서 노후설계의 초점은 퇴직후 국민연금 개시까지 소득공백기 동안 월 150만원이상, 국민연금 개시이후엔 월 70만원 이상 나오게끔 연금재원을 만드는 데 맞춰야 한다. 또 남편 혼자 아닌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절세를 위해 바람직하다.
우선 월 35만원을 연금저축에, 25만원을 개인퇴직연금계좌(IRP)에 불입할 것을 권한다. 이들 불입금은 연말정산시 1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한도는 지난 해까지 연금저축에게만 연 400만원이 주어졌으나 올해부터는 IRP 적립금 300만원도 인정돼 모두 700만원으로 늘어난다.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간 1200만원이하면 5.5% 세금만 내면 된다. 부인에게는 월 20만원씩 연금보험을 따로 들어주자.
은행에 넣어둔 금융자산을 연금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인 이름으로 1억원을 종신형 연금에 거치식으로 가입하자. 20만원씩 붓는 연금보험과 합쳐 13년후 부인은 월 60만~7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김씨도 종신형 연금을 1억원 가입해 13년 거치하되, 연금개시 초기에 연금을 많이 타는 ‘체감형’으로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은퇴 초기 5년간 월 100만원을 받다가 이후부터 사망시점까지 50만원을 수령하는 식이다. 이로써 김씨네는 국민연금을 지급받기 전 4년간 월 160만원을, 65세부터는 월 190만원 정도를 수령하는 연금플랜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에 남편의 IRP와 연금보험을 감안하면 노후 생활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학생인 두 자녀가 5~6년 후 필요할 대학등록금을 위해 60%정도 손실을 본 주식을 처분하고, 일부 예금을 합쳐 만든 1억원을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좋겠다. 아울러 자녀 결혼자금은 10여 년 지나 사용하게 되므로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는 저축성 보험에 1억원을 예치하도록 하자.
금융자산을 이처럼 자녀교육 및 결혼, 노후준비에 쓰고 나면 8000만원이 남는다. 이 돈은 지금처럼 은행에 넣어두지 말고 펀드에 굴리는 게 좋을 듯 하다. 펀드는 여러 종류가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은행예금 대비 약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공모주펀드나 롱숏펀드 등 중위험·중수익상품도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얼마전 가장이 실직 후 5억원을 대출받아서 주식투자를 하다가 다 날리고 가정의 비극적 참사까지 유발한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은퇴자에게 목돈은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지금과 같은 변화무쌍하고 대응이 어려운 재테크 환경속에서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평생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 연금이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다. 자산의 연금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5.1.7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서명수의 은퇴 팁을 읽고 느낀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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