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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7월의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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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시 모음

 

7

 

푸른색 산하를 물들이고

녹음이 폭격기처럼 뚝뚝 떨어진다

 

길가 개똥참외 쫑긋 귀기울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토란 잎사귀에 있던 물방울

또르르르 몸을 굴리더니

타원형으로 자유낙하한다

 

텃밭 이랑마다

속알 탱탱해지는 연습을 하고

나뭇가지 끝에는

더 이상 뻗을 여백 없이

오동통한 햇살로 푸르름을 노래한다

 

옥수숫대는 제철을 만난 듯

긴 수염 늘어뜨린 채

방방곡곡 알통을 자랑하고

계절의 절반을 넘어서는 문지방은

말매미 울음소리 들을 채비에 분주하다

(반기룡·시인)

  

7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

옆집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랑을 하고 있나봐

 

숨가쁜 호흡이 들려

 

잔뜩 귀 기울이다

더 가까이 가 보았더니

시치미 뚝 떼고

잔기침 소리만 내고 있잖아

 

짓궂은 생각이 들어

툭툭 건드렸더니

하늘 한쪽 기울여

가장 깨끗한 햇살 파편들을

눈 못 뜨게 쏟아 붓잖아.

(김지헌·시인, 1956~)

  

7

 

은행나무가 세상의 빛을 다 모아

초록의 알 속에 부지런히 쟁여넣고 있네

이파리 사이로 슬몃슬몃 보이는

애기 부처의 동그란 이마 같은

, 말씀들

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

한결같이 동글동글

유성음으로 흐르는

푸른 음성들

그 사이로 푸득푸득 파랑새 날고,

긴 개울이 물비늘 반짝이며 흐르는

나무 아래, 물가를 떠난 숨가쁜 돌멩이

말씀에 오래 눈 맞추어

온몸이 파랗게 젖네

그렇게 길 위의 돌멩이 떠듬떠듬 꽃피기 시작하네

(홍일표·시인, 1958~)

 

7월의 시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 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

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

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나절이 잦아드는데

노을빛 가슴을 숨기고

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김태은·시인)

 

 7월의 편지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펄럭이는 파면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박두진·시인, 1916~1998)

  

7월의 천사

 

 칠월의 장마비가 

쉬어가는 듯 잠시 목을 축이고

늦은 새벽

정형외과 632호 병실

창가 커튼 사이로 기웃거리며

엷은 아침햇살이 한 가닥 길게

내려앉는다

 

어제 떠난 두 사람

주인 보낸 침대 위엔 아픔의 상처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빈자리만

지키고 있다

나는 언제쯤 퇴원할까

마음만은 가볍지가 않다

만나야 할 사람 설렘 반 기다림 반

그리움이 넘칠 때

병실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

가을 낙엽 위에 이슬 구르는 작은 목소리

혈압시간이에요 

백의천사 환한 미소가

아침햇살 가득히 병실 안을 꽉

채워준다

(장수남·시인,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