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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가을편지-조병화 (9월의 시 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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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편지 / 조병화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훨훨 손털고

빈 손으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여기저기로

뿔뿔이

겨울에 떠났던 내가, 내게로

다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구름 밖에서

바람 보는 곳에서

수초 가에서

먼 봉우리 고갯길에서

빈 바닷가에서

도달치 못한 소망의 종점에서

 

상한 가슴으로

소리 없는 생각으로 내가, 다시

텅 빈 내게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떠날 때 품었던 거

풀지 못하고

 

떠날 때 찾으려던 거

찾지 못하고

떠날 때 그리던 거

채우지 못하고

다시 이 홀로

 

가을 이 歸鄕

깔린 햇살

묵묵히

여기저기서

내가 내게로 다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이제 버려야지요

피곤합니다

이 가을엔 버리며, 버리며

돌아온 나와 내가

다시 떠날 겨울 채비

그 가벼운 여장을 추려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