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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가을-조병화 (9월의 시 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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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 / 조병화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 뜻대로 가을은 이루어져갑니다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는 가을을

하나, 하나,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실로 많은 것들이 끝을 지어갑니다

대지(大地)에선 동식물들이 그 번식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그 열매들이 남아갑니다

하늘에선 태양과 구름이 그 가뭄과 홍수를 거둬 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다시, 빈 천지가 마련되어 갑니다

사람에선 사랑과 미움이 그 스스로의 맺음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고독한 혼자들이 남아갑니다

 

그 열매들을 당신 뜻대로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가득찬 빈 천지에 새 봄을 마련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고독한 혼자들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흐린 점 하나 없이 맑게 닦아 내 주십시오

당신의 입김으로

티 하나 없이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도시(都市)에선 되도록이면 담가로

돌아다니겠습니다

전원(田園)에선 물가로 둑으로 산록(山麓)으로

되도록이면 잡목림(雜木林), 잡초(雜草) 속으로

돌아다니겠습니다

 

밤에는 별에서 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별을 찾아

좀 떨어진 곳에서 쉬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거 다, 당신 뜻대로 살펴 제자리 가려두고

지닌 거 하나 없이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수고는

봄으로 해 주십시오

눈을 다시 돌려 드릴 때

수고의 말씀

봄에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