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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여행/아시아권

히말라야 산행-20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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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사나이

서수길님의

 

히말라야 산행기

 

2015.4.19~5.2

 

 

 

이번 트레킹은 나에게는 세번째의 히말라야행이다.

산을 접하면서, 산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길이 이 곳으로 자꾸오게 된 듯하다.

 

다들 내게 묻곤한다.

그 힘들다는 히말라야엔 왜 또 가냐구한번 갔다왔으면 됐지.

글쎄, 그 질문에 대하여 뭐라고 확실하게 답변을 할 수 없었다.

그걸  논리적으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지만, 산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지난한 까닭이기도 하다.

 

 

지난 두 번의 히말라야의 기억이 나의 몸 어디에서 잠자고 있다가 때가 되면 스멀 스멀 기어나와 나의 생각과 행위를 서서히 이끌어 그 곳으로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간다고 하면 나만의 변명일까.

국내에서도 시간만 되면 산으로 달려가는 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그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번 트레킹도 채워지지 않는 그 갈증을 풀겸, 일상에 지친 내면의 나의 모습을 보고 새로

운 기운으로 충전시키는 행위로 시작되었다

나의 여정은 2015 4 18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광저우를 경유하여 밤 10시경 카트만두에 도착하였다.

 

 

산행 일일차 - 4 19.

 

카트만두의 모습은 2002년이나, 2008년이나 아직 그대로다.

거리의 모습도 사람도 차도 그때 모습 그대로이다.

여전히 거리는 먼지로 가득하고 길은 사람과 차로 혼잡스럽다.

이런 나름의 질서에 적응하고 나면 이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아침 일찍 잠을 깨다.

잠자리가 편치 못한 탓도 있지만,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잘 시간을 놓친 탓도 있다. 한국과의 시차는 3시간 15, 이곳 시간 거의 새벽 1시에 누웠으니 이미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새벽 새들의 지저귐에 곧 눈을 뜨고 말았다.

서둘러 공항으로 향한다.

 

 

7년전 왔을 땐 이곳에서 루크라행 비행기를 3일을 기다리다 에베레스트 코스를 포기하고 랑탕으로 코스를 변경해야만 했다.

오늘은 예정대로 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공항안은 좁은데다 공사중이다.

다음번에 오면 좀 더 나아질 듯 하다

혼잡스럽기 그지 없다.

제대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대합실안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이것도 나름의 질서이겠지.

 

 

 

언제 루크라행 비행기가 출발하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막연히 기다리는 수 밖에.

몇시간을 기다린 끝에 탑승준비를 하란다.

활주로로 나오니 햇빛이 맑고 밝아 마음까지 환하게 한다.

저멀리 산위로는 아련한 내가 자리잡아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언제나 그모습 그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고요함이 느껴진다.

 

 

드디어 우리를 태운 17인승 비행기는 이륙을 시작한다.

비행기가 솟아오르자 낮은 산 곳곳에는 산에 사는 사람들의 터전인 계단으로 된 경작지가 등고선처럼 이산 저산에 그려져 있다.

좌측으로 히말라야의 거대한 산군이 구름속에 펼쳐져 떠 있다.

내 마음속에 떠 있던 산이 저 곳에 나타나고 있다.

저 아련하고도 웅휘한 모습을 보고자 다시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겠는가.

비행기가 산에 가까워지자 산중턱에는 랄리구라스의 붉은 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능선을 두어개 넘자 저 밑에 루크라 공항이 내려다 보인다.

경비행기는 그 짧은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은 이 곳 루크라(텐진 힐러리 에어포트)공항에서 팍딩이라는 곳까지 서너시간에 걸쳐 여정이 이어질 것이다.

이곳은 한국의 5월하순의 봄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좌측 저 멀리로 콩데산이 하늘을 덮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산행 2일차 - 4 20

 

오늘은 이곳 팍딩을 출발하여 조르살레까지의 여정이다.

전체적으로 고도 약 200여미터를 오를 예정이다. 비교적 수월한 일정이다.

오늘 일정은 고소적응을 위한 하루인 셈이다.

이 곳을 출발하여 시냇가를 따라 좌로 우로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골짜기를 따라 오르게 된다.

좌로는 콩데가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고, 우측으로는 쿠슘캉가루가 가끔씩 나타나 우리를 내려다보며 보호해주고 있다.

가끔씩 이곳에서 성산으로 추앙받는 쿰비올라가 나타나 정신을 맑게해주고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오르는 도중 동행한 스님과 같이 낡은 곰파(이곳의 사원)를 올라가 본다.

스님은 간 데 없고 낡은 절만 뎅그라니 혼자서 거센 바람을 맞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모든 것은 바람과 비에 조금씩 그 본연의 자태로 환원돼 가고 있는 것이다.

 

 

산행 3일차 - 4 21

 

이곳 조르살레는 남체를 사이에 두고 양쪽 방향 - 좌측으로 보테고시나리와 우측으로 추쿵에서 발원하는 임자콜라와 고쿄에서 흘러내리는 두드코시나리 -에서 작은 강이 합류하여 흘러내리는 곳이다.

좁은 계곡사이에 위치하다 보니 간밤에 잠이 깰 때마다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오늘의 일정은 이곳을 출발하여 3,440미터인 저위 남체 마을까지 오를 예정이다.

길은 계곡을 따라 거의 평지를 약 1시간동안 오르다 하늘에 걸린 흔들다리를 건너 거의 직등을 할 예정이다.

길은 소라고동처럼 돌아오르기도 하고 좌우로 지그재그로 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오르기를 약 2시간 계속하자 좌측으로 콩데가 손에 잡힐 듯 눈앞 하늘위로 나타났다.

 

 

여행신고소를 지나자 남체의 마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콩데가 건너편으로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앉아 밀크티를 주문한다.

햇빛은 따사로이 내려 비추이고, 눈앞으로는 선경을 바라보며 힘들게 올라 온 길에 대한 기억은 잊은 채, 차를 마시는 여유로운 망중한의 행복감을 느껴본다.

아무런 제약도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의 자유를 만끽하는 한 때에 이 곳 사람들을 보며 우리보다 행복할 것이라는 철없는 상상에 빠져보기도 한다.

오후에 점심을 먹고, 남체마을위에 있는 뷰 포인트를 올랐다.

이곳에서는 좌측으로는 콩데, 뒤쪽으로 쿰비올라, 저멀리 에베레스트, 눕체,로체,

우측으로 아마다블람, 탐세르쿠,쿠슘캉가루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약 40분 동안 고소적응도 할겸 산의 모습을 보고 있다.

 

 

산행 4일차 - 4 22.

 

오늘은 이곳 남체에서 텡보체를 지나 디보체까지 갈 예정이다.

간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뒷머리가 띵하다.

이것도 고소증상일 것이다.

남체마을 위쪽으로 올라 산을 굽이 돌아 나 있는 비교적 평탄한 길을 따라 걷는다.

길 우측으로는 탐세르쿠가 동행하고 있다.

오늘도 구름은 탐세르쿠를 감싸고 돌며 그 정상부를 얼핏 얼핏 보여줄 뿐이다.

가끔씩 나타나는 산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걷는 평온한 길이다.

조금 더 진행하자.아마다블람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에 싸여 정상부만 조금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 길을 걷는 동안 나는 과연 내가 보고자 하는 나의 본연의 모습을 얼마만큼이라도 볼 수 있을 것인가.

 

 

길을 걷는 동안 생각을 모아 볼 것이다.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두가지는 얻어가고 싶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잘 통제하지 못하고 급한 마음으로 인한 성질냄과 불쑥 치밀어 오르는 화냄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의 바탕을 좀 마련할 수 있기를 말이다.

이 마음공부만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소득을 이 히말라야가 나에게 주는 것인가.

따뜻한 양지 바른 곳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밀크티를 한잔 주문해 놓고 앉아 그냥 하늘을 바라본다.

저 흰구름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속에 평화를 한가득 쌓아가지 않겠는가.

사나사란 곳에서 길이 나누어진다.

좌측위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고쿄로 가는 길이고, 아랫길은 우리가 가는 탱보체로 향하여 가는 내리막길이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일정을 진행한다면, 내려오는 길은 좌측 능선길일 것이다.

길은 계속 내려가 풍키탱카라는 강옆 마을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오후 일정은 우리가 내려온 것보다 더 높은 고도 약 600미터를 계속 오를 예정이다.

이곳 3,250미터에서 텡보체 3,860미터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지금까지 걸어 온 어떤 곳보다 힘든 오르막길인 셈이다.

고소는 천천히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평소처럼 빨리 산을 오른다면 거의 백프로 고소증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산행은 나와 고소와의 싸움이랄 수 있다

내가 고소에 잘 적응한다면 이번 산행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지만,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목표에의 접근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산길을 오르는 것은 마치 슬로우 비데오를 보는 듯한 동작을 하며 산을 올라야 한다.

한호흡으로 들숨 한걸음, 날숨 한걸음을 옮기며, 그것도 보폭을 아주 작게하여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걸어야 한다.

호흡이 조금만 가빠져도 서서 숨을 골라야만 한다.

이렇게 2시간을 오르자 고개 마루턱이 나타난다. 이 곳이 텡보체다.

보체란 산위에 있는 사람사는 마을이란 말이다.

좌측으로 큰 곰파가 보인다.

고개를 오르느라 무척 지치기는 했지만, 우선 이곳을 들러 참배하기로 한다.

절문을 내려오자 정면으로 아마다블람이 하늘위에서 스핑크스의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좌측 저 멀리로 몇 개의 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가장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에베레스트이고, 그 앞에 눕체, 그 우측에 로체와 로체샤르가 초모랑마를 옹위하고 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대면한 것이다.

 

 

산행 5일차 - 4 23

 

오늘의 여정은 이곳 디보체에서 딩보체까지다.

고도는 이곳 3,820미터에서 딩보체 4,410미터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전체코스가 길다고는 할 수 없으나 계속 꾸준하게 고도를 올릴 것이다.

이곳에서의 걸음걸이는 정말 비스타리 비스타리(천천히)로 걸어야 한다.

, 세발자국이라도 급하게 움직이면 심장이 쿵쾅거림을 느낄 수 있다.

평소의 기압과 산소의 양에 길들여져 있는 나의 몸의 심장과 허파는 이곳의 기압과 산소의 양에는 영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자기체력대로 움직였다가는 곧 고산증에 걸려 하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시냇가를 건너 급경사지를 100여미터 오르자 아마다블람이 웅장한 자세로 앉아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이 곳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껴왔지만, 저 모습을 보니 그 위엄앞에 한없이 작아지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에서 담은 나의 카메라의 그림중에 감동을 줄 수 있는 한 컷이 될 것이다.

산굽이를 돌아 오를수록 아마다블람은 우측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르는 걸음마다 생각을 모아보기로 한다.

매 걸음마다 호흡을 일치시키고 있다.

더불어 각 발자국마다 관, 세음,,살을 마음속으로 연호하며 호흡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관음정진을 해보기로 한다.

생각이 올 때마다 끊어지지만, 곧 본래대로 돌아오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산속에서 길을 걷는 동안은 계속해 볼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이 좀 더 정화되고 순화될 수 있다면, 내가 지은 업이 있다면 조금만이라도 소멸되기를 기원해본다.

어제 목표로 잡았던 마음다스림 - 화내지 않기, 급한 마음 다스리기 - 을 꼭 성취해 보기를 기원해본다.

점심식사 후 딩보체까지는 약 400미터를 더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다행인 것은 급경사지는 얼마되지 않고 꾸준하게 올라간다는 점이다.

관세음보살을 연호하며 꾸준하게 발걸음을 옮겨가다 보니 어느듯 딩보체가 눈앞에 나타난

.

 

 

산행 6일차 - 4 24

 

오늘은 이곳 딩보체에서 하루를 더 묵으며 고소에 적응하는 날이다.

로지뒤에 있는 나가중피크란 산을 올라 고소적응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 곳에서 고도 약 4,600미터를 오르며 고소에 잘 적응해야 향후 일정을 잘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쿰부히말지역의 트레킹은 등산자체보다 얼마나 잘 고소에 적응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두어번 두통을 느끼긴 했지만, 비교적 잘 적응하며 걷고 있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고소를 느끼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힘들어진다.

산을 조금 오르자 이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산들이 너무 많다.

 

 

오늘은 날씨마저 너무 좋아 산의 모든 진면목을 다 볼 수 있는 행운 마저 누리고 있다.

이곳은 이곳 주위에 있는 산들 - 우측으로는 타부체(6,367), 촐라체(6,335), 나중 우리가 넘게 될 촐라 패스를 조망할 수 있고, 좌측으로는 쿠슘캉가루(6,367), 탐세르쿠(6,608),캉테가(6,685), 아마다블람(6,856)을 볼 수 있고,

추쿵방향으로 추쿵 리(5,550), 임자체(6,189), 눕체(7,861), 로체(8,414), 에베레스트(8,848)까지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저 너머 마칼루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이곳의 산의 풍광은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웅장함과 눈을 덮어 쓴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이 곳을 먼저 보고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없을 듯 하다.

오후는 롯지에서 휴식이다.

 

 

산행 7일차 - 4 25

 

오늘은 이곳 딩보체를 떠나 로부체(4,930)에서 머물 예정이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뒷산능선을 가로 질러 강을 따라 쭉 이어진 길을 가고 있다.

저 강은 히말라야산에서 발원하여 이곳을 지나 흘러갈 것이다.

강주위에는 마을이 있고 인간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

이곳은 물론 산촌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말이다.

길은 초원지대를 지나면서 고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걷기엔 편안한 길이다.

날씨는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눈이 아직도 계속 내리고 있다.

이런 날씨속에서는 산들은 더 멀리 아득한 곳에 존재하는 듯 느껴진다.

내리는 눈은 귓가에 부딪히며 탁탁 소리를 내고 떨어진다.

눈소리에 장단을 맞추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금도 호흡에 걸음을 맞추며 관세음보살을 염호하고 있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때마다 잠시 벗어나지만, 곧 자기자리를 찿아가고 있다.

점심은 투클라(4,620)란 곳에서 하기로 한다.

점심을 받아놓고 먹기를 시작하는 찰나 책상과 바닥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10여초 지나자 곧 조용하게 가라앉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네팔전역에 진도 7.8의 강진이 몰아친 영향이 이곳 히말라야에도 미친 것이다.

로부체 롯지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지진으로 인해 카트만두가 초토화되다시피 피해를 입었고, 특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눈사태로 반이나 쓸어버렸단다.

피해상황은 아직 알 수 없다고 한다.

아마 한국에도 뉴스가 났을텐데, 모두들 가족들이 걱정할까 걱정스러워한다.

와이파이를 빌려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한 후 안도하였다.

 

 

산행 8일차 - 4 26

 

어제 저녁 향후 일정에 관한 토의가 있었다.

칼라파타르를 오르기 위한 전초기지인 고랍셉의 롯지들은 이미 에베레스트의 부상자들로 만원이라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이곳 로부체에서 640미터를 올라 바로 칼라파타르로 오르는 것인데, 힘들지만 당일에 가능하기도 하겠지만,

이런 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는 것이 경우에 맞지 않다는 것이고, 즐거운 기분으로 진행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곳 로부체(4,930)까지 무탈하게 올라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네팔의 지진이 어떻게 된 것인지도 확인이 안되므로 우리의 안전을 생각해보니 빨리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하산하기로 결정하였다.

내려오는 도중 에베레스트의 부상자들을 후송하기 위한 헬기들이 수없이 베이스캠프를 향하여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고 당일인 어제는 눈이 계속 내려 부상자들을 후송하지 못하고 오늘은 안개가 끼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작전을 진행중인 것이다.

 

 

참 슬픈 일이다.

눈사태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대부분의 텐트들이 거의 초토화되는 상황이었단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가슴이 먹먹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곳에 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과 개인적 희생을 감내하고 왔을 원정대들이 소기의 성과도 얻기 전에 저렇게 허무하게 사고를 당해 버리다니.

안개는 어제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짙게 그 모습을 드리우고 산들을 가리고 있다.

오늘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 어제 그소식들을 듣고 계속 산행을 하긴 내키지 않았을 테다.

딩보체로 다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늘은 팡보체까지 하산하여 하루를 쉬기로 한다.

추쿵쪽을 방향을 잡고 추쿵리(5,550)를 올라볼까도 하였으나, 주목표를 상실한 탓인지, 지진으로 의기가 소침해진 탓인지 별로 내켜하지 않는다.

오늘 점심을 먹는 중에도 여진이 흔들려 다들 놀라하는 상황이다.

팡보체에 도착하니 지진의영향으로 대부분의 롯지들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묵을 롯지도 뒷벽의 반정도가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주인할아버지 내외는 마당에 텐트를 치고 주무신단다.

만일 큰 여진이 오면 우리도 위험한 상황이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이곳에서 잠을 자는 수 밖에 없다.

아무일 없기를 기도하면서....

 

 

산행 9일차 - 4 27

 

오늘은 이곳 팡보체를 떠나 올 때와는 다른 루트를 따라 남체로 가는 길을 갈 예정이다.

산중턱에 난 길을 따라 고쿄로 연결되는 길을 따라 가다가 포르테를 지나 몽()에서 쉴 예정이다.

이곳 팡보체 위쪽 으로 200미터를 올라가면 엄홍길휴먼재단이 만든 학교가 있다.

한국인의 선행을 이곳에 심어주고 있는 현장인 학교에 들러 보니, 나도 모를 뿌듯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곳도 지진의 영향으로 교사는 괜찮은데, 화장실들은 무너져내린 상태였다

.팡보체 마을을 지나 윗길로 향한다.

이 길은 촐라패스를 넘지 않고 고쿄로 갈 수 있는 길이다.

 

 

이 산중턱의 길은 길상태는 괜찮지만, 오르내림이 제법 있다.

위험지역은 돌을 쌓아 길을 넓혀 놓았다.

이 길을 쭉 걸어가면서 건너편의 탐세르쿠를 보며, 계속 걷는다.

탐세르쿠는 구름속에서 가끔 얼굴을 내밀며 우릴 지켜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고도는 많이 내려왔는데도, 체력이 한계점에 다다랐는지 조그만 언덕을 오를 때도 호흡을 힘겹게 하며 천천히 천천히 오르고 있다.

세시간여를 걸은 끝에 포르테란 마을이 눈아래 나타났다.

이곳은 산중치고는 꽤 넓은 면적의 경작지를 갖고 있다.

 

 

점심을 먹은 후 건너편 산위 몽은 잡힐듯 가까운데, 가는 길은 계곡을 향하여 한참을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내려가면 나중에 다시 올라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계곡에 이르러 다리를 건너자 좌측 능선으로 길은 이어지고 있다.

이곳의 고도는 약 3,600이고, 저 위 몽라는 3,960미터이다.

360미터를 오르는 고개길이다.

우리의 카고백을 실은 족교(물소와 야크의 교배종)를 따라 길을 오른다.

짐을 실은 소를 따라 오르기도 힘들다.

 

 

우보란 천천히 걷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도 못따라가니 얼마나 느리게 오르는 것인가.

숨이 턱에 차오르므로 빨리 걸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시간 삼십여분을 오른 끝에 드디어 몽라를 올라섰다.

이 고개에는 3곳의 롯지가 있다.

우리는 붓다롯지란 곳에 여장을 풀었다

방은 좁고 낡아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오늘 밤은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자야 할 듯 하다..

 

 

 

산행 10일차 - 4 28

 

오늘은 이곳 몽라에서 산 중턱의 길을 따라 남체로 가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길은 쭉 고도를 낮추며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안개가 아침부터 자욱하게 끼어 전체 조망을 할 수가 없다.

도중에 한국에서 메시지가 많이 들어온다.

네팔지진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다보니 히말라야로 떠난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전화가 많이 왔었나 보다.

 

 

전화기를 꺼놓기도 했지만 통화가능지역도 아니어서 다들 내 안부가 궁금했었나 보다.

간단하게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재빨리 전송한다. 그마저 어떤 메시지는 전송이 되지 않는다.

산을 내려올수록 점점 지진의 상황을 조금씩 현실감있게 느낄 수 있다.

인도는 자국민을 헬기를 동원하여 후송한다고 빨리 하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데, 우리나라는 국격이 어떠니 하는 이야기는 잘 하면서 세계10위권 경제국으로서의 자국민 보호 조치는 현실감 있게 하지 못한다.

도중에 에베레스트가 조망되는 남체뒷산의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 들리기로 한다.

오늘의 날씨는 조망을 허용치 않지만,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에베레스트, 로체, 로체샤르 등을 조망할 수 잇는 곳이다.

 

 

이곳에서 동료들과 차 한잔을 나누며 잠시 여유에 젖어보고 피로를 내려놓는다.

지인의 메시지는 추쿵의 호수가 붕괴가능성도 있다 하고, 다음 여진은 진도 9가 될 것이라고 하며 빨리 귀국하라고 성화다.

네팔을 어떻게 안전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인가가 걱정스럽다.

가이드와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많은 정보를 주고 받으며, 안전한 네팔 탈출을 위한 작전을 세워 본다.

비행기의 예약을 바꿀 수 없으므로 처음 일정대로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다.

차질없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남체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다.

일부 건물은 벽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후일담 - 우리가 귀국한 후 남체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한 여진이 있었다는 뉴스에 묘골이 송연하더이다)

 

 

산행 11일차 - 4 29

 

오늘은 휴식일이다.

남체바자에 들러 간단한 선물류를 쇼핑하기로 하였다.

나는 올라갈 때 마음에 든 만다라를 한점 구입해둔 게 있었다.

내려올 때 받기로 하였었는데, 오늘 받아왔다.

유명작가가 그린것이라는데, 그상점에서 제일 좋은 작품이란다.

작품을 잘 모르니 상당한 값을 치르고 구입했는데, 내가 보기엔 진품으론 보인다.

가져가서 표구를 잘 하여 집안에 상서로운 기운으로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친구들 선물용으로 야크털로 만든 목도리를 몇 개 사고 , 무릎담요를 사두었다.

가격을 떠나 이곳의 것은 진품이고, 이곳에서만 생산되는 것이므로 고유한 가치가 있다.

지난번에 사서 사용해보니 따뜻하고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산행 12일차 - 4 30

 

오늘은 남체를 떠나 루크라 공항을 향하여 가는 날이다.

도중 가트란 곳에서 하루 더 쉴 예정이다.

어차피 카트만두행 비행기편은 4 2일이므로 하루의 여유가 있기도 한 탓이다.

이곳에서부터는 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지진의 상황들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귀국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 돌들로 쌓아 올린 집들이라 지진의 충격에 집들이 많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많은 트래커들도 하산을 서둘러 하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으로 가득차 보인다.

들려오는 소식은 카트만두에는 더 위험하다고 하고 있으니.

 

 

산행 13일차 - 5 1 , 2

 

루크라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루크라공항까지는 약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이곳은 한국의 늦봄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주위의 풍경들은 평화로운데 걷고 있는 마음들은 걱정스러운 분위기다.

과연 별다른 차질없이 우리는 안전한 귀국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루크라공항의 날씨는 우리 비행기를 예정대로 떠날 수 있게 도와주려나.

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음날 아침 첫편으로 우리가 출발할 것이라는 소식에 잠시 환호한다.

내일 비l행기가 뜨기만 하면 우리는 이곳 루크라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비행기가 뜰 수 없다면 우리는 헬기를 빌려서라도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날씨는 쾌청하다.

비행기는 뜰 수 있으므로 모두들 안도한다.

17인승 비행기는 카트만두에서 이곳에 왔다가 승객과 짐을 싣고 곧바로 출발한다.

산속의 기상변화는 예측불가여서 잠시만에 안개가 끼어 출발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가 탄 비행기는 시동을 걸고 활주로를 질주하여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곳 루크라를 무사히 떠나는 것이다.

이것으로 나의 히말라야 산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 목표했던 칼라파타르를 오르지 못했고

춀라패스를 넘어 고쿄리를 오르는 계획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지진의 아수라장속에서 다들 무사하게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히말라야를 떠나 속진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또 인연이 되면 찿아가야 할 히말라야는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왜 산에 오르냐고
물으니 거기 산이 있으니까 라고 대답한다.
산행의 즐거움은 건강을 다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순간만큼은 잡념이 사라지기에 참 좋다.
가슴 깊이 들이마시는 싱그러운 공기며

등뒤로 흘러내리는 땀이 있기에
산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인가 한다.
안전에 주의하며

지인들과 함께 즐산하시기를!!

 

 

[ 사진 및 글 ]

 

히말라야 사나이

서수길님

 

"히말라야 산행 중에

2015.4.25 UTC 6시 11분 26초에 발생한

모멘트 규모 7.8의 네팔 대지진을 맞이하여

무사히 생환하신 서수길님에게

축하와 성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