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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봄바람은 언덕을 넘어서 계곡을 넘어서
마을로 불어 와
뒷돌담을 몰래 넘어서 장독대를 넘어서
마당으로 치달아 먼지 날리고
한차례 지붕을 넘어가며 내게
잘 있어라 잘 있어라 당부하고는
먼 벌판에서 서성이다가 다시
山이마로 가서
진달래 붉은 꽃을 피워서
마을을 훤히 내려다보면서
나오너라 나오너라 하더라
볼일 없이 나가서 무엇 하나?
꼼짝 않고 드러누워 천장 보는데
미련하게 드러누워 밥도 굶는데
돈 없어도 좋으니
나오라 나오라 명령하더라.
(서지월·시인,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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