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좋은 시

9월의 이틀-류시화 (명시감상)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명시감상

 

9월의 시

 

 

9월의 이틀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 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 온다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