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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두레박-김경성(명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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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두레박

 

김경성

 

노을 진저리쳐지게 붉다

가창오리 떼,

갈대꽃으로 칭칭 동여맨

천수만 물의 끝을

붙잡고

하늘로 오르고 있다

하늘 높이 퍼

올리다가 기우뚱,

붉은 물

논바닥에 쏟아버렸다

온통 붉디붉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지워지고 같은 빛깔이 되었다

노랑부리저어새 뜯어진

물결 위에 부리를 대고

미처 퍼 올리지 못한 물의

뼈를 솎아내고 있다

천수만 물을 퍼 올리는

가창오리 떼,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레박이다

 

-시집『와온』(문학의 전당,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