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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12월 임영조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 임영조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외투깃을 세우며 서성거린다 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뼈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뒤돌아보지 말자 더러는 잊고 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랑이며 증오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이 춥고 긴 여백 위에 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 (임영조·시인, 1943-) 더보기
12월의 단상 구경애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의 단상 구경애 저기 벌거벗은 가지 끝에 삶에 지쳐 넋 나간 한 사람 걸려 있고 숭숭 털 빠진 까치가 걸터앉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참새는 조잘거리고 지나던 바람은 쯧쯧, 혀차며 흘겨보는데 추위에 떨던 고양이 한 마리 낡은 발톱으로 기지개 편다. (구경애·시인, 1961-) 더보기
12월 중턱에서 오정방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 중턱에서 오정방 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무엇을 얻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있고 꼭 기억해야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저런 일들을 머리 속에 그리는데 12월의 꽃 포인세티아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오정방·.. 더보기
12월 반기룡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 반기룡 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가슴속에 접어놓고 아수라장 같은 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 (반기룡·시인) 더보기
12월은 하영순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은 하영순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한 장 남은 달력 속에 만감이 교차한다. 정월 초하룻날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설계했을까 지나고 보면 해 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고 누에 뽕잎 갉아먹듯 시간만 축내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죄인이다 시간을 허비한 죄인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냐 보석에 비하랴 금 쪽에 비하랴 손에든 귀물을 놓쳐 버린 듯 허전한 마음 되돌이로 돌아올 수 없는 강물처럼 흘러버린 시간들이 가시 되어 늑골 밑을 찌른다. 천년 바위처럼 세월에 이끼 옷이나 입히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문틈으로 찾아드는 바람이 차다 서럽다! 서럽다 못해 쓰리다 어제란 명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가? (하영순·시인) 더보기
12월은 하영순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은 하영순 사랑의 종 시린 가슴 녹여 줄 따뜻한 정이었음 좋겠다. 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이었음 좋겠다 딸랑딸랑 소리에 가슴을 열고 시린 손 꼭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었음 좋겠다 바람 불어 낙엽은 뒹구는데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허전한 가슴 (하영순·시인) 더보기
12월 임영준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 임영준 잊혀질 날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자꾸 생각납니다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먼저 건네게 됩니다 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을 꼭 품고 싶습니다 또 다른 12월입니다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더보기
12월 어느 오후 손석철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 어느 오후 손석철 덜렁 달력 한 장 달랑 까치 밥 하나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썰렁 저녁 찬바람 뭉클 저미는 그리움 (손석철·시인, 1953-) 더보기
송년 엽서 이해인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송년 엽서 /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 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주겠지요? 더보기
12월의 독백 오광수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품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더보기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이채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詩 / 이채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이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새벽 강가 홀로 날으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중년이여!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오면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닫는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하노라 더보기
동면 임보 12월의 시 겨울의 시 12월의 시 명시감상 동면(冬眠) 임보 겨울 산은 눈 속에서 오소리처럼 웅크리고 잠들어 있다. 산의 체온을 감싸고 돋아나 있는 빽빽한 빈 잡목의 모발(毛髮)들 포르르르 장끼 한 마리 포탄처럼 솟았다 떨어지자 산은 잠시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임보·시인, 1940-) 겨울철이 되면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이 있고, 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양분삼아 겨울을 나는 나무가 있다. 이들은 모두 다가올 새봄과 새해를 준비하는 것이다. 사람도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한다. 이는 잠시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인생에 있어서 끝은 언제나 시작보다 중요하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쌀쌀해진 날씨와 낙엽거리를 걸으며 올해...아름다운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더보기
겨울 사랑 문정희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 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 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더보기
12월의 엽서 이해인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의 엽서 이해인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 더보기
12월의 기도-양애희 (12월의 시) 12월의 시 겨울의 시 명시감상 12월의 기도 / 양애희 축복의 하이얀 그리움 따라 훨훨 날아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하는, 가슴 오려붙힌,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시간들 사이로 깊은 침묵이 어른거리는 어둠 지나 길게 흐르는 아픔 여의고 한 그루 맑은 인연 빗어대는, 빛이 나는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깊이 동여맨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온 몸이 아파올 때 푸른 약속 흔들며 바람을 덮는, 따뜻한 12월이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색 불빛 찬란한 거리, 그 어딘가, 주름진 달빛 사이로 허기진 외로움 달래는 영혼 살포시 안아주는, 그런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강가, 뉘 오실까 깊은 물소리만 허망한 심장에 출렁거릴때 가슴 빈터에 흠뻑 적셔줄 꽃씨 하나 , 오롯이,.. 더보기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안윤주 (명시감상)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삼강 안 윤 주 한 해를 보내며 내 곁에 자랑하고픈 친구가 있는지 날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몇이나 있는지 나를 떠나간 친구는 없는지 떠났다면 왜, 그가 떠나 갔는지 거짓 없는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새해에는 무엇을 향해 달릴 것인지 무엇을 얻기 위해 땀을 흘릴 것인지 꾸밈없는 속내를 떨어내어 알찬 새해 계획을 세워보자. 건강을 위하여 나의 키가 줄었는지 자랐는지 몸무게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바지사이즈가 줄었는지 늘었는지 흰 머리가 많은지 검은 머리가 많은지 따져보는 건강의 이력서를 써보자 냉정한 잣대로 존재가치의 지수를 점검해 보자 눈물이 나도 포기하지 말고 웃음이 나도 자만하지 말자 죽는 날까지 노력을 즐겨야 한다는 말 삶의 이력서 끝자리에 꼭 붙여놓고 살자. 더보기
자비-자비경중에서 자비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살아 있는 생물이면 어떤 것이건 모두 다, 약한 것이거나 강한 것이거나 길거나 크거나 아니면 중간치거나 또는 짧거나 미세하거나 거대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거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거나 또 멀리 살거나 가까이 살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나려 하고 있거나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자비경 중에서- 자비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살아 있는 생물이면 어떤 것이건 모두 다, 약한 것이거나 강한 것이거나 길거나 크거나 아니면 중간치거나 또는 짧거나 미세하거나 거대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거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거나 또 멀리 살거나 가까이 살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나려 하고 있거나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 더보기
잠결에 보니-박지영 (명시감상) 명시감상 잠결에 보니 박지영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잠결에 깨어 보니 어둠 속에 아무도 없고 방안을 비추는 환한 달빛 너였구나 하고 바라보니 달이 훅 내 품에 안겨든다 봄밤은 달 속에 그림자 하나 숨기고 있다 잠결에 보니 박지영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잠결에 깨어 보니 어둠 속에 아무도 없고 방안을 비추는 환한 달빛 너였구나 하고 바라보니 달이 훅 내 품에 안겨든다 봄밤은 달 속에 그림자 하나 숨기고 있다 더보기
세브란스 병원에 걸려 있는 기도문 세브란스 병원에 걸려 있는 기도문 하나님!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고독하고 외로운 것도 감사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이 계획대로 안 되도록 틀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의 교만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돈이 떨어지고 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사게 하신 것도 감사합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이 공부를 기대만큼 안 하고, 아내가 미워지고, 어머니와 형제들이 짐스러워질 때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저의 우상이 되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허무를 느끼게 하고, 때로는 몸이 늙고, 아프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그럼으로 인하여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입니.. 더보기
야화 夜花 야화 夜花 별빛을 살라놓고 별빛을 살라놓고 그 향기 그 힘으로 밤에피는 너는 야화 무량한 너의 기분 내 맘을 달래주고 화사한 너의 웃음 가슴에 안았는데 난 이제 어디로 가나 난 이제 어디로 가나 바람이 부는데로 오늘도 헛 날리며 끝없이 기다리는 밤에 피는 너는야화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 야화 夜花 별빛을 살라놓고 별빛을 살라놓고 그 향기 그 힘으로 밤에피는 너는 야화 무량한 너의 기분 내 맘을 달래주고 화사한 너의 웃음 가슴에 안았는데 난 이제 어디로 가나 난 이제 어디로 가나 바람이 부는데로 오늘도 헛 날리며 끝없이 기다리는 밤에 피는 너는야화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 더보기
일연 스님의 말씀-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일연스님의 말씀 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일연스님의 말씀 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세상에 제일 고약한 도둑은 바로 자기 몸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둑일세. 눈 도둑은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성화를 하지. ​ 귀 도둑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네. ​ 콧구멍 도둑은 좋은 냄새는 제가 맡으려 하고 ​ 혓바닥 도둑은 온갖 거짓말에다 맛난 것만 먹으려 하지. ​ 제일 큰 도둑은 훔치고 못된 짓 골라 하는 몸뚱이 도둑. ​ 마지막 도둑은 생각 도둑. 이놈은 싫다, 저 놈은 없애야 한다, ​혼자 화내고 떠들며 난리를 치지. 그대들, 복 받기를 바라거든 우선 이 여섯 가지 도둑부터 잡으시게나. 더보기
이해인 시인 이해인 시인 민들레의 영토 http://cafe.daum.net/dandelion/ 인터넷 검색창에 ‘이해인(사진) 수녀’를 입력하면 세 개의 사이트가 검색된다. 팬카페, 출판사 샘터에서 만든 수녀 소개 사이트, 강원도 양구에 있는 수녀의 문학관 사이트다. 팬카페 회원 수는 5400여 명. 수녀의 인기가 짐작된다. 이들 사이트가 부산할 것 같다. 이해인 수녀가 새 시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마음산책)을 내서다. 2008년 암 발병 후 두 번째 ‘투병 시집’이자 자신의 칠순(1945년생)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회 50주년을 겸사겸사 기념하는 시집이다. 그래선지 시집은 결산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대목이 많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수녀는 76년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바치겠다는 종신서원을.. 더보기
낙엽이야기-정연복 (명시감상) 명시감상 낙엽 이야기 정연복 꽃샘추위 너머 꿈같이 기적같이 피어 연초록으로 날로 짙푸른 빛으로 세상에 눈부시던 나의 날들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시간은 흘러 이제 총총 떠나갑니다. 작고 여린 몸으로 한세월 그리 쉽지는 않았지요 햇살 받아 따습고 산들바람과 행복한 춤도 추었지요 새벽 찬이슬에 말없이 떨고 기우는 달빛 아래 외롭기도 했지요 이름도 없이, 아무런 욕심도 없이 한 생 꿈같이 흘러갔지요. 아, 짧았던 목숨의 날들 기쁘고 슬펐던 내 세 계절의 생 이 한 몸밖에 달리는 더 줄 것 없어 낮아지고 낮아지는 황금빛 카펫 하나 깔아드리니 나를 밟으며 걸어가세요 꼭꼭 밟으며 걸어가세요. 어쩌면 나의 존재와 멀지 않은 그대 안으로 눈물 감춘 그대여. 더보기
나무-정연복 (명시감상) 명시감상 나무 정연복 한철 눈부시게 푸르던 잎들 지극 정성으로 키운 피붙이 잎들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나 보내네 그리고도 나무는 울지 않네. 이별이야 가슴 저미는 일이지만 쓸쓸한 가을 지나 추운 겨울 너머 봄이 되면 다시 만날 굳센 소망 있어 나무는 제 자식들 훨훨 바람에 날려보내고도 울지를 않네 눈물 보이지 않네. 더보기
나무-정연복 (명시감상) 명시감상 나무 정연복 긴 한평생 입 한 번 뻥긋 않는다 바람의 보드라운 애무에도 잠잠하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낮게 신음 소리를 낼 뿐 재잘재잘 불평하지 않는다 잎새들마다 귀를 쫑긋 세워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제 몸에 담는다 나무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