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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 가을 시 명시감상

가을바람-강소천 (9월의 시 가을 시) 명시감사아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바람 강소천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 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배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 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는 정신 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은 좋은 일하고 마음이 기뻐서 막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더보기
가을엔-조병화 (9월의 시 가을 시) 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엔 / 조병화 가을엔 우리 고개 숙입시다 맑게 비워낸 경건한 마음으로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입시다 높아가는 가을하늘이 두고 가는 이 무거운 사랑, 그 무거운 사랑을 이어받아 고운 마음으로, 고운 마음으로 깊이 간직하면서 그 소중함을 가득히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입시다 기도와 같은 순결한 마음을 깨워 우주 만물에 감사를 하며 더욱 익어가는 사랑을 뜨겁게 안고 더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어 떠나는 것들에게 눈물로, 눈물로 작별을 하면서 남은 것들끼리 슬픔을 서로 나누어 가며 우리도 언젠가는 떠날 그날을 준비하면서 가을엔, 그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여 서로 곁에 있다는 걸 감사합시다 더보기
가을편지-조병화 (9월의 시 가을 시) 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편지 / 조병화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훨훨 손털고 빈 손으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여기저기로 뿔뿔이 겨울에 떠났던 내가, 내게로 다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구름 밖에서 바람 보는 곳에서 수초 가에서 먼 봉우리 고갯길에서 빈 바닷가에서 도달치 못한 소망의 종점에서 상한 가슴으로 소리 없는 생각으로 내가, 다시 텅 빈 내게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떠날 때 품었던 거 풀지 못하고 떠날 때 찾으려던 거 찾지 못하고 떠날 때 그리던 거 채우지 못하고 다시 이 홀로 가을 이 歸鄕 깔린 햇살 묵묵히 여기저기서 내가 내게로 다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이제 버려야지요 피곤합니다 이 가을엔 버리며, 버리며 돌아온 나와 내가 다시 떠날 겨울 채비 그 가벼운 여장을 추려야지요 더보기
인생의 가을-조병화 (9월의 시 가을 시) 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 시 인생의 가을 / 조병화 농부들이, 쉬지 않고 박토에서 어렵게 가꾸어 낸 농사를 거둬들이듯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애에서 자기가 가꾼 인생들을 하나하나 거두어 가는 것이라 자기 힘대로, 자기 꿈대로, 자기 땀대로, 자기 눈물대로, 자기 선택대로, 자기 의지대로, 자기 인내대로, 골고루 이루어지는 인생들, 그것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진 인생이건, 그것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인생이건, 그것은 오로지 자기 인생이려니 가을은 겨울로 이어질 뿐 인생에는 두 번 다시 봄이 오지 않는 거 아, 인생은 가혹한 시련이어라 정직한 결말이어라 만물이 식어 가는 이 인생의 가을 바람이 차가워져 가며 나는 이 곳에. 더보기
가을 길 -조병화 (9월의 시 가을 시) 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 길 / 조병화 맨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간 사람은 지금쯤 어디를 가고 있을까 이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음에 내가 가고 보이지 않으면 나를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길은 이어지며 이 가을, 어서 따라 오라고 아직, 하늘을 열어놓고 있구나 더보기
가을-조병화 (9월의 시 가을 시) 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 / 조병화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 뜻대로 가을은 이루어져갑니다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는 가을을 하나, 하나,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실로 많은 것들이 끝을 지어갑니다 대지(大地)에선 동식물들이 그 번식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그 열매들이 남아갑니다 하늘에선 태양과 구름이 그 가뭄과 홍수를 거둬 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다시, 빈 천지가 마련되어 갑니다 사람에선 사랑과 미움이 그 스스로의 맺음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고독한 혼자들이 남아갑니다 그 열매들을 당신 뜻대로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