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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새해 아침-송수권 (명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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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송수권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갈며

떨리는 손으로 잊어야 할 슬픈 이름을

두 줄로 금긋듯

그렇게 당신은 아픈 추억을 지우십시오

 

새해 아침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끓어오르는 핏덩이를 쏟아놓으십시오

 

새해 아침은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져 콧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