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
겨울바다
김남조
연말이 다가올 무렵이면 문득 겨울 바다로 떠나가고 싶습니다. 육지의 끝이면서 바다가 시작되는 경계선, 겨울 바닷가를 거닐면서 묵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번 세밑의 번잡한 일상사를 떨쳐 버리고 겨울 바다로 시의 여행을 떠나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
― 김남조「겨울 바다」 |
이 시 「겨울 바다」는 그 핵심이 물과 불의 긴장력 또는 부정과 긍정의 변증법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삶이란, 사랑이란 바로 그처럼 불과 같이 뜨거운 열정과 물과 같이 차가운 냉정이 무시로 교차되고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요? 생성과 소멸, 이성과 감성, 정염과 허무, 육신과 정신, 신성과 세속, 희망과 낙망의 대립 또는 화해 속에서 전개되어 가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대립과 화해란 ‘새들은 죽고 없었네/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와 같은 부정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 ‘허무의/불/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와 같은 격심한 갈등을 겪고, 마침내 ‘나를 가르치는 건/언제나/시간……/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처럼 깨달음 또는 긍정의 모티브를 마련해 가게 되는 모습이라고 할 겁니다.
이렇게 보면 이 시 「겨울 바다」의 의미는 자명해질 겁니다. 그것은 좌절과 절망 끝에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대립적인 것의 경계선 바닷가에서, 스스로 참회와 정죄를 겪으면서 새롭게 자기 극복과 부활을 성취해 가는 안타까운 통과 제의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겨울 바다는 뉘우침과 속죄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부활과 재생의 장소라고 하겠지요. 실상 우리는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잃을 수 있기에 얻을 수 있는 것이며, 헤어질 수 있기에 새롭게 만날 수 있고, 또한 죽어 가는 사람이 있기에 새로운 아가의 탄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겠지요.
바로 이 점에서 이 시는 겨울이라는 묵은해와 새해의 교차점에서 또 바닷가라는 공간적 경계선에서 삶의 거듭 태어남 또는 사랑의 거듭남을 「겨울 바다」라고 하는 부활의 동굴, 또는 無의 통과 과정을 통해서 성취해 가게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어디 가까운 바닷가라도 가서 묵은 한 해를 털어 버리고 새해맞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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