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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봄비-김용택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김용택·시인, 1948-) 더보기
봄비 -강계순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참혹하게 쓰러졌던 나뭇잎 위에 색색이 천을 놓아 하나씩 하나씩 궁핍의 겨울을 꿰매는 손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만유의 어깨 위에 내려 빈혈의 혈관을 채워 주고 서릿발 같던 하늘 비단 안개로 닦아 내어 천지에는 자근자근 땅 밟으며 일어서는 병후의 시력.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천년을 다시 살아나서 죽은 혼 불러내어 일으켜 세워 주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다시 보는 약손. (강계순·시인, 1937-) 더보기
봄비 -정소진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너를 능가할 연애 선수 아마 없지 싶다 경직된 여인의 몸을 안심시키듯 요란하게도 아니고 강하게도 아니고 낮은 목소리로 불러내는 맑은 환희 굳은 마음 푸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속속들이 놓치지 않는 달달한 애무로 얼어붙어 쌩한 고집마저 녹이는 솜씨 좀 보라지 네가 일으켜 세우는 저, 저 상큼한 연애세포들 너 다녀간 곳곳마다 새 생명 파릇하다 (정소진·시인) 더보기
봄비-고정국 시조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하늘나라 고관대작의 밀실서랍에서 슬쩍해온 수입산 발모촉진제를 사람 몰래 뿌리는 봄 경칩 녘 대머리 오름 화색 벌써 푸르다. (고정국·시조 시인, 1947-) 더보기
봄비-안도현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 댄다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안도현·시인, 196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