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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값이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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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값이 허허허...

 

몬테스알파

 

칠레 18,000

중국 27,507

일본 23,525

한국 42,125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6월과 10월 세계 13개국 대도시의 몬테스알파(2011년 빈티지) 가격을 비교한 결과, 한국 가격이 42125원으로 네덜란드(18603) 2.2배나 됐다. 현재 이 와인의 국내 소비자 권장가격은 43000. 관세가 사라진 이듬해인 2010 47000원보다는 4000원 싸졌지만 유럽은 물론 중국(27507만원)이나 일본(23525)보다도 월등히 비싼 수준이다.

 

 글로벌 와인정보 사이트인 ‘와인서처닷컴’에 따르면 몬테스알파는 칠레에선 18000원에, 일본에선 21762원에, 중국에선 34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몬테스알파가 유독 한국에서만 비싼 이유는 뭘까.

 

 원인은 크게 세금과 유통구조에 있다. 칠레산 와인이 배에 실려 국내에 들어오면 먼저 주세(30%)와 교육세(10%)가 붙는다. 여기에 수입업체 마진이 약 25% 붙고, 부가가치세 10%가 더해진다. 그 뒤 도매로 넘어가면서 약 10%, 소매업체에서 약 30%의 마진을 붙인다. 마진 없이 순수한 세금만 계산해도 수입원가 1만원짜리 와인이 15730원이 된다.

 

 또 하나, 우리나라 주세는 와인의 물량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제’가 아니라 가격에 세금을 메기는 ‘종가제’다. 비싼 와인일수록 한국에 들어오면 더 비싸진다.

 몬테스알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도 찾는 수요가 늘거나 작황이 나빠 칠레 와이너리에서 가격을 올리면 세금도 덩달아 오른다. 환율이 올라도 마찬가지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와인 1(750ml)의 양을 기준으로 약 650원의 주세가 붙는다. 교육세가 없고 부가가치세도 한국보다 낮은 8%. 홍콩의 경우 아예 모든 세금이 0%. 와인업체들이 “한국 와인이 비싼 게 우리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와인 가격을 높이는 주된 요인은 유통업체들이 남기는 마진이다. 소비자가격은 와인 수입업체가 마진을 붙여 정한다. 마진이 얼마냐에 따라 가격이 확확 달라지는 것이다. 이마저 유통단계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결국 철폐된 관세 15%의 상당 부분을 유통마진으로 가져가니 소비자 입장에선 값이 내렸다는 느낌이 안드는 것이다.

 

 다만 최근 와인 ‘할인경쟁’이 거세지면서 유통사 마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통상 와인 마진율은 수입업체가 30~50%, 도매업체가 20%, 소매업체가 30~40%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본지가 다수의 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현재 수입업체의 경우 30%, 도매는 5~10%, 소매도 호텔 등 일부를 제외하면 5~30% 수준이다.

 

 마진률이 떨어져도 와인가격이 안 떨어지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과도한 업체간 할인경쟁 때문이다. 앞으로 할인할 것까지 감안해서 소비자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국내 유명 와인수입업체 관계자는 “요즘 제 가격 다 주고 사는 고객이 어디 있느냐”며 “워낙 할인에 목을 매니까 우리도(수입상) 조금 높은 수준에서 가격을 만든다”고 말했다. 수입업체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와인을 납품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남은 와인을 보관하는 창고비용도 소비자 가격에 얹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와인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일부 대형마트들은 수입상들에게 와인매장을 임대하고 끊임없이 할인마진을 요구한다”며 “인건비는 물론 재고가 발생해도 우리가 다 책임져야한다”고 전했다.

 

 수입상이 도매와 소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경우 20% 이상 가격 거품을 줄일 수 있겠지만 점포 임대비, 시설 설치비, 인건비 등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인터넷 판매 등 통신 직접판매도 미국·일본·홍콩 등과는 달리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와인 할인 행사를 통해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선 청소년 주류 판매 등을 이유로 인터넷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은 소주나 맥주 업체들이 와인만 특혜를 준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 와인 시장의 특성도 와인 가격을 떨어뜨리기엔 불리한 구조다. 현재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미국( 173조원)과 비교가 안된다. 소비자 가격을 낮춰서라도 박리다매할 수 있는 규모가 못된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국내 1위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의 연매출이 700억원대다.

 와인 수요가 몇몇 제품에 쏠려있는 것도 문제다. 몬테스알파도 그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몬테스알파를 포함한 칠레산 와인의 수입물량은 지난 2004 2281t에서 지난해 8685t으로 10년 만에 4배가 늘어났다. 지난해 가장 많이 수입된 와인도 칠레산으로 국가별 상위 10대 와인 중 26.5%를 차지했다. 한국에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칠레 현지 와이너리 측도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시장 작고 선호 브랜드 쏠림 심해 가격 못 낮춰

 

 금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매년 와인 한 병당 3~5%씩 원가를 올리고 있다”며 “최대한 가격 협의 과정에서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나라셀러가 지난 98년부터 수입하고 있는 몬테스알파의 경우 현재 700만 병이 넘게 팔렸다. 단일 브랜드로는 최다 판매량으로 한국 성인(3900만 명) 6명당 1병 꼴로 이 와인을 마신 셈이다.

 신근중 이마트 와인 바이어는 “우리나라 레드 와인은 칠레와 프랑스산이 60%를 차지하고, 화이트 와인도 모스카토와 샤도네 품종이 대부분”이라며 “소비자들이 즐기는 품종과 맛이 다양화되면 소매점들도 자연스럽게 값비싼 프리미엄 와인에서 손을 떼고 저렴한 가격대에서 여러가지 와인을 구비해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소매상들은 ‘싼 가격’만을 강조하는 유통대기업 탓에 오히려 다양성이 줄었다고 비판한다.

 서울 강남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A 사장은 “대형 마트들이 시도 때도 없이 할인행사를 하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 ‘와인가격=마트가격’이란 공식이 생겼다”면서 “좋은 와인을 들여와도 품종이나 맛은 보지않고 무조건 비싸다고 하니 결국 싼 와인만 들여놓거나 적자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몬테스와인을 수입하는 나라셀라 관계자는 “몬테스알파는 2002년 월드컵 조추첨 행사와 2005 APEC 정상회담 만찬 등에서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가격을 동결했고 올해도 3~4월부터 몬테스알파 2012년 빈티지를 예전 가격 그대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28 중앙일보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