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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있는 동네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이오덕·아동문학가, 1925-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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