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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산책
어떤 길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낯설지 않은 길, 길을
음미하며 찬찬히 걷다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흔들 걸음을 옮기면
그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닮은 물푸레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하듯 잠깐 졸기도 하는 것이다.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다
무거운 햇살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박순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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