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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9월의 시
구월 비
강영환
수리를 마치지 못한 지붕을 밟고 지나가는 비가
9월의 산과 들을 때린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비가
먼 길 떠난 사람의 등 뒤에서 다시 내린다
한 시라도 빛이 더 필요한 목과 들이
어디로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젖는다
따끈한 볕살이 더 먹고 싶은 조생 벼들이
9월을 지나는 길목에서 몸을 떤다
쉽게 지워지는 발자국이 어디 있을까
긴 여름동안 나무를 눕힌 바람의 입술이 붉어
물이 집을 쓸어간 뒤에도
남아서 새로 집을 짓는 사람들이
대문을 열어놓고 길을 찾는 9월
저를 싫어하는 지도 모르는 비가
충만한 강에 몸을 더한 뒤
9월의 산과 바다를 껴안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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