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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이상국 (명시감상)
자두
너랑 만나면 자두를 먹었다
이건 잘 익었어, 하고 골라주면
한 입에 넣었다가 다 삼키지 못할 씨 하나
내 놓았지" 같이 하지 못할 내일처럼
오늘은 혼자서 자두를 먹다가
익은 것을 고르던 네 손길이 그리웠다
이제 누가 있어 잘 익은 자두를 골라줄까
시디 신 눈물방울 내놓을 뿐
자두
―이상국(1946∼ )
나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대학 보내달라고 데모했다
먹을 줄 모르는 술에 취해
땅강아지처럼 진창에 나뒹굴기도 하고
사날씩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는데
아무도 아는 척을 안 해서 밥을 굶기로 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우물물만 퍼 마시며 이삼일이 지났는데도
아버지는 여전히 논으로 가고
어머니는 밭 매러 가고
형들도 모르는 척
해가 지면 저희끼리 밥 먹고
불 끄고 자기만 했다
며칠이 지나고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
밤 되면 식구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몰래 울 밖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먹었다
동네가 다 나서도 서울 가긴
틀렸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낮엔 굶고 밤으로는
자두로 배를 채웠다
내 딴엔 세상에 나와 처음 벌인 사투였는데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빈속에 그렇게 날것만 먹으면 탈난다고
몰래 누룽지를 넣어주던 날
나는 스스로 투쟁의 깃발을 내렸다
나 그때 성공했으면 뭐가 됐을까
자두야
.......
행복은 돈이 되는 것일까?
[ 사진 제공 ]
멋쟁이 사진작가
신영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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