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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이야기
한평생 나는 사기를 쳤네
언제나 추운 앞마당 내다보며
보아라, 눈부신 봄날이 저어기 오고 있지 않느냐고
눈이 큰 아내에게 딸에게 아들에게
슬픈 표정도 없이 사기를 쳤네
식구들은 늘 처음인 것처럼
깨끗한 손 들어 답례를 보내고
먼지 낀 형광등 아래 잠을 청했지
다음날 나는 다시 속삭였네
내일 아침엔 정말로 봄이 오고야 말 거라고
저 아득히 눈보라치는 언덕을 넘어서
흩어진 머리 위에 향기로운 화관을 쓰고
푸른 채찍 휘날리며 달려올 거라고
귓바퀴 속으로 이미
봄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오지 않느냐고
앞마당에선 여전히 바람 불고
눈이 내렸다
허공에 흰 머리카락 반짝이며 아내는 늙어가고
까르르 까르르 웃던 아이들은
아무 소문도 없이 어른이 되고
종착역 알리는 저녁 열차의 신호음 들으며
미친 듯이 내일을 이야기한다, 나는 오늘도
일그러진 담장 밑에 백일홍 꽃씨를 심고
대문 밖 가리키며
보아라, 저어기 따뜻한 봄날이
오고 있지 않느냐고
바람난 처녀보다 날렵한 몸짓으로 달려오지 않느냐고
갈라진 목소리로 사기를 친다
내 생애 마지막 예언처럼.
(정성수·시인,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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