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送年)
‘후미진 골목 두 번 꺾어들면 / 허름한 돈암곱창집 / 지글대며 볶아지던 곱창에 / 넌 소주잔 기울이고 / 난 웃어주고 /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들이 ‘12월 허리에 서서 / 무심했던 내가 / 무심했던 너를 / 손짓하며 부른다.<목필균의 ‘송년회’>’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 너무 힘겨워 잊고’ 지내다가 ‘둘이서 / 지폐 한 장이면 족한 / 그 집에서 일년 치 만남을 / 단번에 하자’고.
송년에 즈음하면 우리는 이렇게 일 년치의 모임을 한꺼번에 치른다. 이제 연례행사다. 이맘때쯤이면 인생이 느껴지고, 자꾸 작아지고, 신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철이 든다고 시인 유안진이 그랬다. 지나온 일년이 한 생애나 같아져서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지는 걸까.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드는’, 나의 초라함으로 자꾸 작아지는 걸까.
가장 초라하고 고독한 가슴에 낙조 같은 감동의 출렁임이 입에 신의 이름을 담게 하는가 보다. 아무튼 ‘송년에 즈음하면’ 일 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먹어서인지 갑자기 철이 들고 늙어간다는 유안진의 말은 맞다.
시인 박인걸의 한해 역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출발은 언제나 비장했으나 / 종말은 항상 허탈이다.’ 거창했던 구호와 문신처럼 가슴에 가로새겼던 각오가 작심삼일 되어 모래성처럼 무너진 걸 목격하는 것도 동시대인들의 ‘송년’ 경험이다.
지나온 한해에 자괴감이 들고 이루진 못한 소망들에 슬프지만 이 또한 내 탓임을 절감한다. 박인걸 역시 유안진처럼 ‘이맘때만 되면 점점 쪼그라들어 길바닥에 뒹구는 막돌멩이만큼 초라해진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새 캘린더를 바라보며’ 안도한다. 다시 삼백 예순 닷새가 있기에. ...(옮긴 글)
'성공재테크 > 호프만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구문제 해결없이는 미래가 없다!! (0) | 2015.02.07 |
---|---|
일촌광음(一寸光陰 ) (0) | 2015.02.02 |
업의 본질을 바꿔야 산다!! (0) | 2015.01.03 |
도대체 나이란 무엇인가? (0) | 2015.01.01 |
한 해 동안 감사드리고요, 새해에도 홧팅입니다!! (10) | 2014.12.31 |
2015년 호프만의 희망 (8) | 2014.12.05 |
적심(積心) 통장 몇 개 있습니까? (0) | 2014.12.04 |
자축!! 호프만 타임즈 방문객 6만명 돌파!! (4) | 2014.12.01 |
한국의 현재 상황과 미래의 살길 (0) | 2014.11.30 |
노벨 물리학상 (0) | 2014.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