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재 상황과 미래의 살길
한국은 지난 반세기 초고속 근대화를 이뤄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와 인화(人和)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IMF ·GATT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1950년대 후반부터 세계 교역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고, 특히 64년부터 시작된 ‘케네디라운드’를 통해 주요국들의 관세가 약 50% 인하됨으로써 공산품의 교역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게 되었다. 50~98년 동안 세계 총생산은 6.5배 증가한 데 비해 세계 교역은 48.7배 증가했으며 64~98년간 미국의 수입에서 공산품 비중은 40%에서 78%로 늘었다. 전후 독립한 식민지들이 대부분 농산물과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체제를 갖추고 있었던 데 비해 자원이 빈약한 한국이 수출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 열린 것이다. 50년대부터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 2위의 산업국으로 부상하던 일본이 60년대 들어 중화학공업을 발전시키며 노동집약적 제조가공업을 이웃 국가들에 이전시키기 시작한 것은 지리적 이점이었다. 60~70년간 일본의 수출에서 중화학공업 비중이 47%에서 73%로 늘고, 경공업 비중이 44%에서 21%로 줄어들면서 대만과 한국에 공업화의 공간이 크게 열린 것이다.
하지만 경제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일제시대에 정착된 근대교육 시스템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인재들이 양성되었고, 해방 후 이승만 정부에서 초등교육의 의무화와 교육 기회의 확대로 단순 제조업 기술들을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인력이 대량으로 배출되었다. 그 위에 군 출신 정치지도자들의 행정력,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 그리고 유능한 관료시스템이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결집해 대외 환경이 제공한 기회를 십분 활용함으로써, 또 곧 이어진 생산가능 인구의 급증으로 한국 경제는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며 선진국들을 빠르게 추격해 왔다.
그러나 그 추격은 이제 한계점에 달했다. 우리의 산업 생산, 수출, 소득 수준은 우리가 추격해 온 선진국 수준에 거의 도달해 있다. 생산가능 인구는 이제 곧 줄기 시작한다. 선진 제도와 기술의 모방·도입으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추격형 성장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우며, 스스로 제도와 기술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만큼의 성장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세계 경제와 교역은 정체 상태에 빠져 있고 우리가 처한 입지도 서서히 변해 이제 중국과 주위 신흥국들이 우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향후 세계에 전례가 없는 빠른 속도의 고령화는 잠재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0년 한국 사회에 고착된 ‘추격형 시스템’을 이제 ‘선도형 시스템’으로 전환시켜 나가지 않으면 더 이상의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고성장 중독증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고성장과 지속적인 자산가치 상승을 국민이 요구하고 정치와 정부가 단기 부양책들을 남발하면, 결국 안정적 성장 경로를 벗어나 미래 위험과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빨리 빨리’의 습관에서 벗어나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 바쁜 마음에는 창의적 발상이 자라기 어렵다. 질서와 규칙을 지키면 손해본다는 인식에서 이를 어기면 손해본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법 적용의 일상적 엄격함과 공정함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인력과 권위가 강화돼야 한다.
결국 우리가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람과 제도다. 맹자는 천시와 지리도 인화만은 못하다고 했다. 사람과 제도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 가정과 사회, 학교, 직장이 모두 교육장이다. 공동체에 대한 사명감과 예절을 갖추고 글로벌 식견과 전문성, 관용, 창의성을 갖춘 시민들을 사회가 키워내고 제도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득권을 허무는 것, 개방과 경쟁의 확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나라가 잘 되려면 보수정권이 남북경색을 풀어 대륙의 길을 뚫고, 진보정권이 개방을 확대해 해양의 길을 넓혀 발전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진보, 보수정권 할 것 없이 우리 사회의 제도 혁신을 끈질기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 경제에 아직도 끼어 있는 부동산, 물가 거품을 빼고 젊은이들이 집 마련과 육아대책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중년층이 노후생활의 불안에서 벗어나야 정상 사회가 되고 지속적 발전 가능성이 보이게 된다. 각 분야에서 기득권과 연줄이 아니라 실력과 전문성에 의해 경쟁하는 사회로 확실히 나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공정경쟁 질서, 고용 및 인사평가제도, 임금체계, 정년, 연금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추진해 낼 수 있는 국가 지배구조의 개편이 일어나야 고령화의 늪에 빠지지 않고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정체와 추락을 피할 수 있다. 다양함 속에서 질서를 찾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힘을 결집시키는 일, 그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도자는 모범을 보이고 국민 각자는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하리라!! (2014.11.29 중앙일보 조윤제 교수의 글을 읽고 느낀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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