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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가을노트-문정희 (명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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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9월의 시

 

 

가을노트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을

조금만 거느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난 빈 들녁

고즈넉한

볏단 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 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