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3원칙,
경청+빠른 실행력+ 소통
"리더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하죠. 이런 리더가 직원들의 생각과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면 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존 반 마넨(John van Maanen) MIT슬론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한국 기업 경영진들에게 전하는 혁신 비결이다. 마넨 교수는 '기업문화가 결코 부산물이 아니며, 그 자체로 혁신할 수 있다'는 이론을 실제 사례로 정립한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수십 년간 미국과 영국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조직문화, 리더십, 직원 동기부여 등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실용적 학풍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넨 교수가 경험한 조직은 미국 국세청을 비롯해 BP 등 거대 에너지기업에서 IBM 등 IT기업, BMW 등 자동차 및 소비재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산업 뿐 아니라 인종, 역사,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 조직 행동의 차이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줘 조직행동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의 전략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제언을 듣기 위해, 마넨 교수를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자택에서 직접 만났다.
- 기업들이 빠른 시장변화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 미국의 경우 지난 반세기 동안 포춘 500대 기업 중에 절반 정도만 살아 남았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지 못한 기업들은 거의 모두 사라졌다고 봐야한다. 미국도 이런 상황인데, 한국 기업들이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기업 문화를 어떻게 만들고 지속시킬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한다. 권위적인 문화를 없애기 위해선 투명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리더들이 조직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한다는 얘기다.
-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긴가.
▶ 그렇다.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리더십의 핵심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회사에서 임원이 되고 싶은 것이지,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리더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만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 리더와 직원들간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은?
▶ 예를 들어보자. "시장 점유율을 올리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면, 화려하게 보일진 몰라도 매우 모호하다. 이렇게 말하는 리더들이 직원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한다면 이것은 무의미하다.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또 무책임한 것이다. "내년 이익을 20% 올리자"고 했을땐 어떤가.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어떤 부문을 강화해야하는지, 조직의 R&D(연구개발) 부분이나 혁신적인 부분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전략이 나올 수 있다.
- 리더들의 소통 스타일이 중요할 것 같다.
▶ 조직의 리더들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한다. 리더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귀담아 들어야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 아이디어들은 세균과 같아서 전염성이 매우 빠르다. 아이디어들이 빠르게 움직일 때 변화가 가능하다. 리더와 조직원간 소통은 바로 리더가 귀를 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리더십과 조직문화 덕분에 성장한 기업이 있다면...
▶ GE를 꼽을 수 있는데, 리더십이 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맥킨지의 경우에도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지원을 잘 한다. 그리고 Mars(마스)라는 5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회사가 있는데,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 조직의 가치를 잘 융합시키고 있다. Lee & Fong(리 앤 퐁)이라는 홍콩 기업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업인데, 투명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공통점은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소통이 잘 이뤄지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 한국 대기업들이 권위적인 조직문화라는 지적이 많다.
▶ 한국의 대기업들은 1970~1980년대에 성장했다. 삼성과 현대차 등 많은 대기업들이 그럴 것이다. 그들은 미국을 롤모델로 잡고 발전한 일본 대기업들의 권위적인 조직문화 패턴을 따라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에게도 회사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심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구조 속에선 빠른 변화가 어렵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 많은 미국 기업들도 똑같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에 실패한 HP, 모토로라를 비롯한 몇몇 기업들은 20년전만 해도 잘나갔지만 지금 매우 어렵다. 해답은 조직 내부에 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고 해도 조직 내부적으로 작은 단위로 그룹을 지어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신규 사업팀이라면 더욱 그래야한다. 오히려 이 작은 조직들 중 일부는 사업성이 거의 없는 일을 벌려야한다. 본사의 통제 시스템 밖에서 재량권도 줘야한다. 이런 팀들이 성장한다면 틀에 박힌 조직문화도 열린 문화로 바뀔 것이다.
- 이런게 실제 가능할까.
▶ 활용과 탐색을 동시에 하는 기업이라면 가능하다. 지금 존재하는 시장을 활용함과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기 위해 충분한 에너지를 쏟는 기업들 말이다. 3M같은 회사를 보자. 자신의 규칙적인 업무를 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서 이와는 별개의 일을 독자적으로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있다. 구글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작은 규모로 여러 그룹을 만들어 실험하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물론 실패하는 그룹들도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패에 대해서 존중해야한다. 그들이 성공했을 때엔 그 성공을 빠르게 전파해야 한다. 또 젊은 직원들에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새로운 것을 탐색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재무부서에선 좋아하지 않겠지만, 제약없이 실험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아 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있다. 실패한 사람에게 결과를 책임지게 하거나 처벌해선 안된다. 시도 자체에 상을 줘야 한다.
참 우리하고는 생각이 다르고 기발하다. 실패한 사람에게 상을 주다니...우리도 국민소득 3만~4만달러에 이르러면 국가시스템, 기업시스템이 선진화되어야 한다. 리더들이여 경청하고 빠르게 실행하고, 소통을 하자!!
(2015.4.14 머니투데이 기사를 읽고 느낀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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