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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3월
수암사 오르는 길은
갈참나무, 병꽃나무, 오리나무가
모두 입 다물고 묵상 중이었다
가장 먼저
산수유 노랗게 허공에 떠 있었다
쉬임없이 소곤소곤 종알대고 있었으나
골짜기의 물들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하산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좁은 산길 울퉁불퉁 박혀 있는 돌들이
툭툭 발목을 잡았다
줄레줄레 따라오던 잡념들은
그만 슬그머니 나를 놓아버리고,
수암사 가까이 다가갈수록
깊어지는 고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비로소 맑게 빛나는
바람소리, 새소리
고요 속에서 뭉클 내가 만져지는 순간
꿩 한 마리 푸드득 날아올랐다
(홍일표·시인,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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