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시절 권 연구원이 깨우친 점은 스스로 연구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 한국과 달리 ‘사수-부사수’ 같은 개념이 없어 친절히 가르쳐주는 선배가 없다보니 혼자 연구에 몰두하면서 자연스럽게 홀로서기를 하게 됐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권 연구원은 국내 연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분업화가 철저하다. 연구원들이 각자 연차에 따라 맡은 일만 하면 연구 성과가 빠르게 나온다.
반면 미국에서는 개인주의가 강해 연구원들이 각자 본인의 연구를 설계하고 수행해야 한다. 그는 “미국 방식은 연구 성과를 빠르게 내는 데는 불리하지만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한 훈련으로는 추천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국제수준의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연구를 위한 인프라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가 대표적인 예로 든 인프라는 학술 검색. 그는 지금도 일리노이대 ID로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또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성과에만 연연하지 말고 과정을 보라는 의미일 터.
연구 성과 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발표한 논문 수와 학술지의 피인용지수로만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너무 단일화돼있다는 것이다. 논문의 수가 중요해질수록 장기적인 연구보다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연구에 치중하는 풍토가 자리 잡기 쉽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원 받은 연구비에서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계산하는 풍토가 강하다”면서 “이런 풍토가 기초과학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연구자 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놀란 점 중 하나는 안전수칙을 번거롭고 형식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불산 유출 같은 위험한 사고가 벌어지는 겁니다. 뭐든지 빨리 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런 풍토가 계속 유지되는 것 같아요.”
과학동아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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