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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북한산에 첫눈 오던 날
최영미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층층이 무너지는 소리도 없이
죽음이 삶의 마지막 몸부림 위에 내려앉는 아침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북한산에 첫눈 오던 날 최영미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층층이 무너지는 소리도 없이 죽음이 삶의 마지막 몸부림 위에 내려앉는 아침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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