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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내가 사랑하는 계절 (11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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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시감상

가을의 시

11월의 시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나태주1(945~)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우러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거림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감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듸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만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