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 위로 억새 물결 장흥 천관산
다도해 위로 억새 물결 장흥 천관산
억새 흐드러진 산은 왠지 서글프다. 애초부터 억새가 군락을 이룬 산보다는, 사람들이 먹고 살겠다고 발버둥치다 나무를 태워 없앤 자리에 억새가 자란 산이 더 많기 때문이다. 억새 산마다 그때 그 시절의 아픈 사연 한두 개쯤은 품고 있다.
그러나 전남 장흥의 천관산(723m)은 다르다. 천관산 정상 부위 억새밭은 자연스레 생겨났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인해 나무가 자라지 못한 탓일 듯싶다(장흥군청 엄길섭 주무관). 그렇다고 천관산 정상이 평평하지는 않다. 기암괴석이 삐죽삐죽 솟아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천관산은 지리산(1915m)·내장산(763m)·월출산(809m)·내변산(510m)과 함께 호남 5대 명산에 든다.
천관산이 여느 억새 산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다른 억새 산은 내륙 깊숙이 박혀 있지만, 천관산은 바다를 등지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로 다도해 바다가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 천관산 억새밭은 능선을 따라 130만㎡ 면적에 펼쳐져 있다.
천관산 억새를 보려면 새벽에 올라야 한다. 다도해 너머로 해가 떠오르면서 억새밭이 황금빛으로 변한다. 태양이 수평선에서 중천에 오르기까지, 억새 뒤덮인 산과 섬 촘촘한 바다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천관산 오르는 길은 10가지가 넘지만, 억새밭을 만나려면 장천재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천관산의 기암괴석과 다도해를 두루 만끽할 수 있어 다른 탐방로보다 시간이 더 걸려도 눈이 즐겁다. 정상 연대봉까지 약 2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환희대와 연대봉 사이 1㎞ 길이의 능선은 길과 바위 빼고 죄 억새다. 천관산 도립공원관리사무소 061-867-7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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