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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사아
9월의 시
가을 시
가을바람
강소천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 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배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 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는 정신 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은 좋은 일하고
마음이 기뻐서 막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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