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시인 좋은 시 감상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기꾼 이야기-정성수 시인 (좋은 시 감상) 사기꾼 이야기 한평생 나는 사기를 쳤네 언제나 추운 앞마당 내다보며 보아라, 눈부신 봄날이 저어기 오고 있지 않느냐고 눈이 큰 아내에게 딸에게 아들에게 슬픈 표정도 없이 사기를 쳤네 식구들은 늘 처음인 것처럼 깨끗한 손 들어 답례를 보내고 먼지 낀 형광등 아래 잠을 청했지 다음날 나는 다시 속삭였네 내일 아침엔 정말로 봄이 오고야 말 거라고 저 아득히 눈보라치는 언덕을 넘어서 흩어진 머리 위에 향기로운 화관을 쓰고 푸른 채찍 휘날리며 달려올 거라고 귓바퀴 속으로 이미 봄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오지 않느냐고 앞마당에선 여전히 바람 불고 눈이 내렸다 허공에 흰 머리카락 반짝이며 아내는 늙어가고 까르르 까르르 웃던 아이들은 아무 소문도 없이 어른이 되고 종착역 알리는 저녁 열차의 신호음 들으며 미친 듯이 내일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