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두는 커피-나눔의 참뜻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는 종종 ‘맡겨두는 커피’를 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카페에 들어와서 커피 다섯 잔을 시킨다. ˝커피 다섯 잔이요. 두 잔은 테이크아웃 할거고 세 잔은 맡겨둘게요.˝처음 이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맡겨두는 커피’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한다. 국내에서 여행을 간 한 관광객도 이 장면을 보고 궁금해 가이드에게 물었다. ˝맡겨두는 커피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몇 분이 지나고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카페에 들어와 종업원에게 물었다. ˝혹시 누가 맡겨둔 커피 한 잔 있나요?˝ 종업원은 곧 남자에게 커피를 무료로 가져다주었다. 맡겨둔 커피란 거리에서 생활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미리 주문을 해놓는 일종의 기부였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기부 운동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에 대한 이야기다. 커피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의 식사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이 운동은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서스펜디드 커피는 카페의 이익적인 면에서도 좋지만 기부를 원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좋은 방법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도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네티즌 사이에선 연일 화제다. ‘서스펜디드 커피’ 페이스북은 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로 그득하다. ‘좋아요’는 4만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간단한 방법으로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운동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부 활동을 하는 매장이 있다고 한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돈가스 집이다. 매장 앞에 걸린 ‘돈가스를 드시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신 분은 들어오십시오. 대접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 문구가 걸려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곳에서 돈가스 대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기부 활동들이 우리나라에서 잘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서스펜디드 커피’와 관련된 게시물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너무 좋은 문화인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요? 마음이야 이미 열 잔을 맡기고도 남았지만, 누군가 악용할 가능성이 많아 선뜻 내키진 않네요.” 그리고 댓글 아래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멀쩡한 사람이 들어와서 마시면 어떡해요?”, “카페에서 그냥 꿀꺽하면 어떡하죠?” 등이다. 이 게시물의 마지막 댓글은 “좋은 일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사회 현상이 씁쓸하네요”였다.
매일 즐기는 커피 한잔으로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나눔은 많이 가졌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자만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나눔은 물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성품의 문제이다. 나눔을 사랑할 때만이 가능하다. 주고 또 주고도 줄 것이 남는 연인들의 마음처럼, 더 주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나눔은 희생으로 시작되지만 풍성함으로 열매를 맺는다. 남을 돕는 자세는 환경이 아니라 습관과 사랑에서 나온다. 조금 더 남을 생각하고 나누는 사람이 되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부 습관을 만들자!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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