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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의 시

천창호에서-나희덕 (명시감상) 명시감상 천창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천창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더보기
외가-오양호 (명시감상) 명시감상 스크린도어의 시 외가 오양호 늦여름 오솔길 따라 영 너머 외가 간다 눈 고운 외할머니 마흔에 딸 여읜 양지마을 졸졸졸 세월 잦던 개울 오늘은 홀로 가네. 외할배 두루마기 가을빛에 더욱 희고 한가위 성묫길에 알밤 줍던 산모롱이? 들국화 눈 맞춘 하늘 서풍 불어 더 푸르다. 고샅길 우듬지에 산새가 울던 마을 감나무 노란 잎새 빈 마당 가득하고 외삼촌 당찬 목소리 가을볕에 타고 있네 외가 오양호 늦여름 오솔길 따라 영 너머 외가 간다 눈 고운 외할머니 마흔에 딸 여읜 양지마을 졸졸졸 세월 잦던 개울 오늘은 홀로 가네. 외할배 두루마기 가을빛에 더욱 희고 한가위 성묫길에 알밤 줍던 산모롱이? 들국화 눈 맞춘 하늘 서풍 불어 더 푸르다. 고샅길 우듬지에 산새가 울던 마을 감나무 노란 잎새 빈 마당 가득하.. 더보기
하이얀 이삿짐-최정순 (명시감상) 명시감상 스크린도어의 시 하이얀 이삿짐 최정순 전철을 타고 밖을 내다 보면 날마다 노란 손이 날 보고 흔든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며칠 있다 찾았더니 화가 난 민들레 하얗게 이삿짐을 싸 놨다 미안해하는 내 손을 뿌리치고 날아가 버린다 쳐다도 안 보고 떠나가 버린다 어디로 간 걸까. 하이얀 이삿짐 최정순 전철을 타고 밖을 내다 보면 날마다 노란 손이 날 보고 흔든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며칠 있다 찾았더니 화가 난 민들레 하얗게 이삿짐을 싸 놨다 미안해하는 내 손을 뿌리치고 날아가 버린다 쳐다도 안 보고 떠나가 버린다 어디로 간 걸까. 더보기
누수(漏水)-김유선 (명시감상) 명시감상 누수(漏水) 김유선 사람 몸이 물이라니 사람 꿈도 물이어서 꿈만 꾸다가 깬 어느 새벽 누수가 되어버린 몸의 꿈을 본다 언제부터일까 누수된 사랑 누수된 믿음 믿음의 70&가 누수되니 말에도 물이 없어 부딪칠 때마다 소리가 난다. 누수(漏水) 김유선 사람 몸이 물이라니 사람 꿈도 물이어서 꿈만 꾸다가 깬 어느 새벽 누수가 되어버린 몸의 꿈을 본다 언제부터일까 누수된 사랑 누수된 믿음 믿음의 70&가 누수되니 말에도 물이 없어 부딪칠 때마다 소리가 난다. 더보기
난산(卵山)에 가서-정영주 (명시감상) 명시감상 난산(卵山)에 가서 정영주 지는 해가 소나무 가지 사이에 걸려 빠지지 않는다 나무들 뜨거워 온몸 비틀지만 해는 꿈쩍도 않는다 붉은 알을 낳는 해 나무들 뿌리채 흔들어 태우고 하늘은 온통 하혈이다 난산(卵山)에 가서 정영주 지는 해가 소나무 가지 사이에 걸려 빠지지 않는다 나무들 뜨거워 온몸 비틀지만 해는 꿈쩍도 않는다 붉은 알을 낳는 해 나무들 뿌리채 흔들어 태우고 하늘은 온통 하혈이다 더보기
종이비행기-조경화 (명시감상 스크린도어의 시) 명시감상 종이비행기 조경화 첫 숨부터 벌거숭이 삶에 연초록 옷 입혀 맑게 스며든 꽃 정 따스한 손잡고 죽는 날까지 어제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시들지 않는 바람으로 묶어 날려 보낸 숱한 연서들 -당신 참 좋아 했었는데 조경화 첫 숨부터 벌거숭이 삶에 연초록 옷 입혀 맑게 스며든 꽃 정 따스한 손잡고 죽는 날까지 어제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시들지 않는 바람으로 묶어 날려 보낸 숱한 연서들 -당신 참 좋아 했었는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