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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봄비 -김영준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투신하여 내 몸을 꽂고 나면 어느 만큼 지나 그 자리, 구멍마다 제 이름 달고 투항하는 풀잎 그렇게 온갖 것들이 일어서고 난 후 드디어 그 눈짓 속에 파묻히는 나무 3월 지나며 어디선가 잦은 꿈들이 뒤척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꿈속에서 많은 이름들이 가방을 열고 나온다 (김영준·시인, 1938-) 더보기
봄비-이동순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겨우내 햇볕 한 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 밑 마늘 광 위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 온 저 잔설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이 스민다 (이동순·시인, 1950-) 더보기
봄비-오세영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꽃 피는 철에 실없이 내리는 봄비라고 탓하지 마라. 한 송이 뜨거운 불꽃을 터뜨린 용광로는 다음을 위하여 이제 차갑게 식혀야 할 시간, 불에 달궈진 연철도 물 속에 담금질해야 비로소 강해지지 않던가. 온종일 차가운 봄비에 함빡 젖는 뜨락의 장미 한 그루. (오세영·시인, 1942-) 더보기
봄비-이섬 여류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낮게 낮게 고개를 낮추고 허리를 낮추고 생각을 낮추어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메마르고 푸석거리는 마음밭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은혜 (이섬·여류 시인, 대전 거주) 더보기
봄비-한상남 시인 (좋은 시 감상) 봄비 소리 없이 겨울의 휘장을 그어 내리는 무수한 면도날 허공에서 올올이 풀리는 비단실은 누구의 맑은 핏줄로 스며드는 것일까? 나도 오늘은 조용히 흘러 순결한 이의 뜨락에 온전히 수혈되고 싶다 (한상남·시인, 195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