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좋은 시
無言으로 오는 봄 -박재삼 시인 (좋은 시 감상)
호롱불촌장
2015. 2. 2. 22:58
無言으로 오는 봄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天地神明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혀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말이 가장 많을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이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 보게나.
(박재삼·시인, 1933-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