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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좋은 시

유월의 노래-김사랑 시인 6월의 시 유월의 노래 유월에는 진정 이 땅 위에 평화를 주십시오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축복된 행복만 주십시오 방황의 길에서 더 이상 떠돌지 않도록 하시고 진정 참다운 진실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십시오 삶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거침없는 바람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가게 하십시오 기쁨과 슬픔의 교차점에서 안개에 가려 길이 보이지 않아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유월과 더불어 흐르게 하십시오 (김사랑·시인, 1962-) 더보기
유월- 副詞性 8 (이문재 시인) 6월의 시 유월- 副詞性 8 개구리 소리 자욱해지고 얕은 논물 기분 좋게 떨린다 저녁은 모낸 논 위로 교회당 종소리들 띄엄 던지게 한다 굴렁쇠 굴리며 달려나간 아이는 언덕길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아직 느슨한 어둠이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를 빨아마신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려 돌을 갖다댈 때의 따스함처럼 불이 들어오는 風景 (이문재·시인, 1959-) 더보기
해마다 유월이면 -최승자 시인 6월의 시 해마다 유월이면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다. 언제나 리허설 없는 개막이었던 당신의 삶은 눈치챘었겠지요? 내 삶이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만과 교만의 리허설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극장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저 혼자 숨어서 하는 리허설뿐이로군요. 그래도 다시 한번 지켜봐 주시겠어요? (I go, I go 나는 간다. Ego, Ego, 나는 간다.) (최승자·시인, 1952-) 더보기
6월 -임영조 시인 6월의 시 6월 언제쯤 철이 들까 언제쯤 눈에 찰까 하는 짓이 내내 여리고 순한 열댓 살 적 철부지 아들만 같던 계절은 어느새 저렇게 자라 검푸른 어깨를 으스대는가 제법 무성해진 체모를 일렁거리며 더러는 과격한 몸짓으로 지상을 푸르게 제압하는 6월의 들녘에 서면 나는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 가슴속 기우(杞憂)를 이제 지운다 뜨거운 생성의 피가 들끓어 목소리도 싱그러운 변성기 저 당당한 6월 하늘 아래 서면 나도 문득 퍼렇게 질려 살아서 숨쉬는 것조차 자꾸만 면구스런 생각이 든다 죄지은 일도 없이 무조건 용서를 빌고 싶은 6월엔. (임영조·시인, 1943-) 더보기
6월의 빛-공원의자에 앉아 (김정호 시인) 6월의 시 6월의 빛 - 공원의자에 앉아 밤새 바람이 머문 자리 관절염 앓은 노부부 허기진 생의 끝머리에 앉아 가랑잎으로 옷깃을 깁는다 초록 이파리 사이로 훔쳐본 하늘 빛은 먼 곳에서 왔다가 햇살로 산화되어 중중모리 장단으로 너울거리다 뱀 비늘 같은 나뭇잎 아름아름 불질러 놓고 휘모리장단 되어 밀려가자 담장을 기어오르는 놀란 넝쿨장미 일제히 횃불 켜든다 (김정호·시인) 더보기
6월-김수복 시인 6월의 시 6월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 속에 환히 불을 밝히고 6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길들은 몸을 풀었다 산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뜨거워져 있을 무렵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저물어가는 감자꽃 밭고랑 사이로 해는 몸이 달아올라 넘어지며 달아나고, 식은 노랫가락 속에 길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김수복·시인, 1953-) 더보기
6월-반기룡 시인 6월의 시 6월 푸른 제복 입고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푸른 면류관에 치렁치렁 매달린 연둣빛 이파리가 벙긋 인사를 하고 거북등처럼 투박했던 갈참나무 등허리도 함지박만 한 잎사귀 코끼리 귀 나풀거리듯 시종일관 바람에 맞춰 진양조 장단으로 춤을 추네 푸른 숲을 헤치며 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고 (반기룡·시인) 더보기
청시-김달진 시인 6월의 시 청시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暗綠色)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김달진·시인, 1907-1989) 더보기
무명인-에밀리 디킨슨 미국 여류시인 6월의 시 무명인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에밀리 디킨슨·미국 여류시인, 1830-1886) 더보기
6월이 오면-도종환 시인 6월의 시 6월이 오면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 더보기
6월 기집애-나태주 시인 6월의 시 6월 기집애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 더보기
유월의 햇살-신석종 시인 6월의 시 유월의 햇살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 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 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지옥의 문을 들어서는 공간에 당신과,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 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 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 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 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신석종·시인, 1958-) 더보기
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 시인 6월의 시 6월에 쓰는 편지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허후남·시인) 더보기
6월-이정화 시인 6월의 시 6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인 돌각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이정화·시인) 더보기
6월의 동요-고재종 시인 6월의 시 6월의 童謠 6월은 모내는 달, 모를 다 내면 개구리 떼가 대지를 장악해버려 함부로는 들 건너지 못한다네 정글도록 땀방울 떨구어서는 청천하늘에 별톨밭 일군 사람만 그 빛살로 길 밝혀 건넌다네 심어논 어린 모들의 박수 받으며 치자꽃의 향그런 갈채 받으며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네 (고재종·시인, 1959-) 더보기
금낭화-안도현 시인 6월의 시 금낭화 6월,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을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 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 (안도현·시인, 1961-) 금낭화 6월,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을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 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 더보기
유월의 기도-김경숙 시인 6월의 시 유월의 기도 신록 머금은 계절 꽃잎들 껴안고 산아래 머무르면 지칠 줄 모르는 초록 노래 향기로 이끄시는 나의 모후여! 당신의 숲 속에서 오래오래 머물며 사랑의 빛으로 감사의 빛으로 날마다 새롭게 물들고 싶습니다 (김경숙·시인, 전남 해남 출생) 더보기
6월의 장미-이해인 수녀 시인 6월의 시 6월의 장미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더보기
6월에는 -나명욱 시인 6월의 시 6월에는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나명욱·시인, 1958-) 더보기
유월의 산-정연복 시인 6월의 시 유월의 산 산의 말없이 너른 품에 들어서서 유월의 푸른 이파리들이 총총히 엮어 드리운 그늘 진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내 몸에도 흠뻑 파란 물이 든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옹졸해진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어느새 쪽빛 하늘이 되고 세상 근심은 솔솔 바람에 실려 아스라이 흩어진다 (정연복) 더보기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 독일 시인 6월의 시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 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안톤 슈나크·독일 시인, 1892-1973) 더보기
6월의 나무에게-카프카 6월의 시 6월의 나무에게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카프카) 더보기
6월이 오면-로버트 브리지스 영국 시인 6월의 시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 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리 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 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 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 오,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영국 시인, 1844-1930) 더보기
6월의 언덕-노천명 시인 6월의 시 6월의 언덕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노천명·시인, 1912-1957) 더보기
6월-이외수 (6월의 시) 6월의 시 6월 바람 부는 날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이외수·소설가, 1946-)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