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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주례호프만

결혼 주례의 전제 조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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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그룹 어느 CEO의 사내결혼 주례 이야기입니다.

색다른 경험을 소개할까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서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회사에서이런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얼마 전 회사 사업부는 일명디스플레이 시티를 선포했습니다. ‘꿈의 일터’, ‘창조적이고 스마트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선포식 이후 문화, 인프라, 제도 측면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업장 분위기 일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프라 부분에 집중적인 개선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사업장은 음악 경관분수가 들어서면서 사업장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악경관분수가 들어선 후 이러한 변화들을 기념하기 위해  ‘가을 즈음 연못 주변 광장에서 사원 결혼식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사내에서 나왔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은 결과사내커플이 당첨되었는데 이 결혼식의 주례를 제가 맡게 된 것이었습니다.

 

 

처음 요청을 받았을 땐 선뜻 하겠다는 답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주례 요청이 쇄도할 것이 걱정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동안 나름대로 최선은 다 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제가 ‘과연 주례를 설 자격이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심 끝에 집사람의 의견을 물었더니 고맙게도부족하긴 하지만 자격은 있다라는 합격 판정을 내려 주어 과감히 주례에 도전하기로 하고 이를 승낙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회사 사원들의 결혼식에 여러 차례 가본 경험은 있었지만 이렇게 새롭게 출발하는 부부의 중요한 의식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니 참 색다른 감회가 들었습니다. 약관 26세에 입사하여 30주년을 이제 불과 3개월 남겨 둔 시점에서 서는 주례인지라 새삼내 나이(연배)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다소의 당혹감도 들었었고

 

한편으로는 만 28 3개월 전에 존경하는 은사님을 모시고 지금의 집사람을 신부로 맞이 했었는데 그 은사님의 은혜를 이렇게 우리 임직원들에게 갚게 되는 것을 보고 인생이라는 게 주고 받음의 반복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서먹하기도 하고 감개가 무량하기도 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러한 상념들과 약간의 기분 좋은 떨림은 신부가 기다리는 대기실로 들어서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막중한 책임을 맡은 주례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양가 부모님께 감사하고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제 첫번째 주례는 시작되었습니다. 식이 시작되어 혼인서약을 하고 성혼선언문을 읽고 주례사를 했습니다.

 

조금 긴장을 했던 탓인지 주례사로 무슨 말을 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약 20분 정도의 사상 첫 주례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부부의 축복을 빌어 주고 다음 일정이 있어 길을 나서는데 ‘참 멋지고 보람찬 일을 하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일터가 삶터로 변한 이날의 사업장 풍경도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다음날 주변의 임직원들로부터너무 잘했다는 평가도 들어서 흐뭇해 했는데 한편으로는 처음에 우려했던 것처럼많은 사원들이 주례 요청을 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공언합니다!  앞으로 일년에 딱 한번만! 우리 사원들을 위해사내 커플과 사업장 결혼식을 전제 조건으로 주례를 서 드리겠습니다."

 

어떤 주례는 아이를 3명 이상 낳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주례를 해왔지만 전제 조건을 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필자도 앞으로는 전제 조건을 한 번 달아볼지 심사숙고를 해봐야 겠습니다!

 

2014.4.7

결혼 주례 봉사자 호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