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좋은 글
김간난 할머니
호롱불촌장
2014. 12. 17. 06:08
김간난 할머니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근처 느티나무 아래엔 한 할머니가 계십니다.
이름은 김간난. 방년(?) 81세, 강원도에서 경기도 안성으로 시집와,
지금은 홀로 사신답니다. 직업은 잡곡노점상.
장사엔 관심이 없고 주위를 맴도는 비둘기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십니다.
당신이 팔려고 진열해 놓은 곡식 이것저것을 한 줌 두 줌 땅바닥에 뿌려주십니다.
비둘기들은 당연하다는 듯, 할머니 주위를 종종걸음으로 내달으며 뿌려놓은 알곡
주워 먹기에 여념없습니다. 이따금 서로 많이 먹겠다고 다투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조를 양손에 쥐고 휘익 뿌립니다. 참새들 신바람 났습니다.
비둘기와 참새들이 분주하게 모이를 먹는 것과 달리, 할머니 좌판은
파리만 날리고 계십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표정, 평온합니다.
마실 나온 할머니들이 묻습니다.
“장사도 안 되는데 비둘기하고 참새들한테 다 주고 나면 뭘 먹고 사누?”
할머니가 답합니다.
“쟤들도 먹고 살아야제!”
할머니는 다시 비둘기와 참새들 먹이주기에 바쁩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웁니다. 할머니는 잡곡 자루를 하나 둘 싸기 시작합니다.
내일을 기약하기라도 하듯 비둘기들이 훠이훠이, 참새들이 후루룩 날아갑니다.
할머니의 등 뒤로 내리는 가을 햇발이 더없이 따사롭습니다.
윤재석/방송인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